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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행동 이야기

망해가는 회사는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feat. 끓는 물 속의 개구리)

by curiousways 2026. 2. 9.

믹스커피

 

"우리 회사 좀 위험한 거 아니야?" "에이, 저번 달에도 매출 좀 떨어졌잖아. 늘 있는 일인데 뭐."

갑자기 회사가 부도가 나거나 연인이 "헤어져"라고 통보하면 우리는 충격을 받고 즉각 대응합니다. 하지만 매출이 매달 0.1%씩 줄어들거나, 연인의 연락 횟수가 하루에 한 번씩 줄어든다면 어떨까요?

놀랍게도 우리는 그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거나, "별일 아니다"라고 무시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합니다.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와 경영학에서 경고하는 끓는 물속의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입니다. 오늘은 왜 우리의 뇌가 서서히 다가오는 재앙에는 눈을 감는지 알아봅니다.

1. 뜨거운 물과 미지근한 물의 차이

19세기 말, 실험 생리학자들은 개구리를 가지고 잔인한 실험을 했습니다. 펄펄 끓는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는 즉시 근육을 수축해 튀어나옵니다(즉각적 반응). 생존 본능이 발동한 것입니다.

반면, 찬물이 담긴 냄비에 개구리를 넣고 아주 약한 불로 천천히 온도를 높이면 어떻게 될까요? 개구리는 물이 따뜻해지는 것을 즐기며 가만히 있습니다. 체온이 물의 온도에 맞춰 서서히 변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물이 끓기 시작할 때쯤 개구리는 이미 근육이 익어서 튀어 나갈 힘을 잃고 그대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2. 뇌는 '차이'만 기억한다 (감각 순응)

이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 뇌의 감각 순응(Sensory Adaptation) 때문입니다. 우리는 시끄러운 카페에 들어가면 처음엔 소음 때문에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느끼지만, 10분만 지나면 소음을 배경음처럼 인식하고 무시하게 됩니다. 뇌가 일정한 자극에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고 적응해 버리는 것입니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상사가 폭언하면 깜짝 놀라지만, 매일 조금씩 강도가 높아지면 "원래 저런 분이지"라며 순응합니다. 회사의 비합리적인 대우, 나쁜 식습관, 게으름도 처음엔 불편하지만 곧 익숙한 일상이 되어, 이것이 나를 죽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됩니다.

3. 위기 감지 능력을 키우는 법

서서히 끓는 물에서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부의 감각을 믿지 말고, 외부의 지표를 봐야 합니다. 내 기분이 아니라 객관적인 수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요즘 좀 살찐 것 같은데?"라는 느낌은 부정확합니다. "작년보다 몸무게가 5kg 늘었다"는 체중계의 숫자가 정확합니다. "우리 회사 분위기가 좀 어수선한데?" 대신 "작년 대비 이직률이 10% 증가했다"는 데이터를 봐야 합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은 때로 가장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 가끔은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경험하며 감각을 깨워야 합니다.

요약 및 결론

끓는 물 속의 개구리 증후군은 환경이 서서히 변할 때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안주하다가 화를 입는 현상입니다. 인간의 뇌는 급격한 변화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점진적인 변화에는 쉽게 적응(감각 순응)하여 무감각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파국을 막으려면 주관적인 느낌이나 적응에 의존하지 말고, 객관적인 데이터와 외부 지표를 통해 끊임없이 현재 상황을 점검해야 합니다.


📌 Curiosity's Insight: 커피믹스가 사라지던 날, 나는 도망쳤어야 했다

"가족 같은 회사"의 함정

첫 직장은 직원 20명 규모의 작은 벤처기업이었습니다. 사장님은 항상 "우리는 가족이다"라고 말했고, 실제로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냉장고에는 수입 맥주가 가득했고, 탕비실에는 고급 원두커피 머신이 있었죠. 하지만 입사 1년 뒤부터, 아주 미세한 균열이 시작되었습니다.

징조 1: 원두가 믹스로 바뀌다

어느 날 출근해 보니, 탕비실의 원두커피 머신이 고장 났다는 메모가 붙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대용량 믹스커피 박스가 놓여있었죠. 총무팀 직원은 "수리 보냈는데 부품이 없어서 좀 걸린다네요"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믹스도 맛있지 뭐. 금방 고쳐오겠지." 하지만 그 머신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고, 우리는 믹스커피에 익숙해졌습니다.

징조 2: 화장실 휴지가 얇아지다

두 달 뒤, 화장실의 도톰하던 3겹 휴지가 뻣뻣한 1겹 점보롤 휴지로 바뀌었습니다. A4용지는 이면지를 쓰라는 공지가 내려왔습니다. 직원들끼리 술자리에서 "요즘 회사가 좀 짠돌이가 된 것 같아"라고 불평했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경기가 어려우니까 아껴 써야지"라며 사장님을 이해하려 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미지근한 물에 적응하고 있었던 겁니다.

징조 3: 월급날이 주말을 넘기다

결정적인 신호는 월급이었습니다. 원래 25일이 월급날인데, 27일에 들어왔습니다. 사장님은 "거래처 결제가 늦어져서 미안하다"며 전체 메일을 보냈습니다. 처음엔 이틀이었지만, 다음 달엔 5일, 그다음 달엔 일주일이 밀렸습니다. 놀랍게도 우리는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늦게라도 주긴 주잖아. 사장님도 힘들겠지." 이미 우리는 '월급이 제때 안 나오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견딜 만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냄비의 물은 이미 끓고 있었는데 말이죠.

셔터가 내려간 아침

그러다 어느 월요일 아침, 출근했더니 사무실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유리문 안쪽에는 집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사장님은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그제야 우리는 망연자실해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퇴직금은커녕 밀린 3달 치 월급도 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에이스 선배들은 '원두커피 머신'이 사라지던 그날, 이미 이력서를 쓰고 탈출했더군요. 그들은 직감했던 겁니다. 작은 복지가 사라지는 건 회사의 자금줄이 말랐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라는 것을요.

작은 신호를 무시한 대가

저는 그 사건 이후로 '적응력'을 경계하게 되었습니다.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것은 미덕이 아닙니다. 그것은 생존 본능이 마비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 혹시 지금 다니는 회사의 탕비실 간식이 슬그머니 사라졌나요? 상사의 잔소리가 인격 모독 수준으로 변해가는데 "원래 저래"라고 넘기고 있나요? 그건 괜찮은 게 아닙니다. 당신의 감각이 마비된 겁니다. 물이 끓기 전에 튀어나오세요. "어, 뜨거워!"라고 느꼈을 때는 이미 다리가 익어서 움직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