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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행동 이야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과학적 이유 (feat. 기본적 귀인 오류)

by curiousways 2026. 2. 4.

공감하는 직장 상사

 

"박 대리는 또 지각이야? 평소에 정신 상태가 해이하니까 늦지." (다음 날 내가 지각했을 때) "아니, 오늘따라 사고가 나서 차가 말도 안 되게 막혔다니까. 이건 불가항력이야."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판단할 때와 나의 행동을 판단할 때, 완전히 다른 잣대를 들이댑니다. 타인의 실수에는 가차 없이 그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 탓을 하고, 나의 실수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을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부릅니다. 인간관계가 힘든 이유는 상대방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우리 뇌가 상황을 보지 않고 사람을 비난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 카메라는 사람만 비춘다

이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시점' 때문입니다. 내가 행동할 때 내 눈에는 '세상(상황)'이 보입니다. 차가 막히는 도로, 고장 난 알람시계 같은 외부 요인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반면, 타인을 관찰할 때 내 눈에는 '그 사람'만 보입니다. 그 사람이 처한 배경이나 상황은 흐릿하게 보이고, 오직 그 사람의 행동만이 도드라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나 쉽게 결론 내립니다.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야."

식당 종업원이 불친절하면 "집에 우환이 있나?"라고 생각하기보다 "교육을 못 받았군"이라고 단정 짓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는 뇌의 착각입니다.

2.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 (밀그램 실험)

스탠리 밀그램의 유명한 전기 충격 실험을 아시나요? 평범한 사람들에게 "명령이니 버튼을 누르라"라고 하자, 비명 소리가 들리는데도 치사량의 전기 충격을 가했습니다.

이들을 보고 "잔인한 사디스트들"이라고 비난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선량한 시민들이었습니다. 권위적인 상황이 주어지면 누구라도 악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회사에서 화만 내는 부장님도, 집에 가면 자상한 아빠일 수 있습니다. 그가 회사에서 소리를 지르는 건, 그의 성격이 파탄 나서가 아니라, 위에서 쪼이고 아래에서 치받는 '중간 관리자의 지옥 같은 상황'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3.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라는 마법의 주문

기본적 귀인 오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관점 바꾸기(Perspective Taking)'입니다. 타인을 판단하기 전에 3초만 멈추고 이렇게 질문해 보세요.

"내가 저 사람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혹시 내가 모르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지 않을까?"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면 갈등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으로 바라보면 연민이 생기고 대화가 시작됩니다. 내로남불은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의 문제입니다.

요약 및 결론

기본적 귀인 오류는 타인의 행동은 그 사람의 성격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행동은 상황 탓으로 돌리는 심리적 편향입니다. 관찰자의 시선은 상대방에게만 집중되기 때문에, 그를 둘러싼 상황적 맥락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갈등을 줄이려면 타인의 행동 이면에 숨겨진 상황을 고려하는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 Curiosity's Insight: 나는 동료를 죽이는 판사였다

# 6시 땡 하면 사라지는 '이기적인' 김 대리

입사 3년 차, 우리 팀은 만성적인 야근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마감이 코앞이라 다들 밤 10시까지 남아서 도시락을 까먹으며 일했죠. 그런데 유독 김 대리만 저녁 6시가 되면 가방을 쌌습니다.

"팀장님,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처음엔 다들 그러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일주일, 이주일 계속되자 저를 포함한 팀원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 졌습니다. "와, 진짜 양심 없다. 우리는 놀고 싶어서 남나?" "열정이 없는 거야. 저런 사람은 팀에 도움이 안 돼."

제 머릿속에서 김 대리는 이미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월급 루팡'으로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저는 그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고, 점심시간에도 은근히 따돌렸습니다. 그가 업무 협조를 요청하면 "저 지금 바빠요"라며 일부러 퉁명스럽게 굴었죠. '너도 당해봐라'는 심보였습니다.

# 병원에서 마주친 진실

어느 날, 제가 주말에 응급실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장염 때문에 링거를 맞고 있는데, 저쪽 침대 커튼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김 대리였습니다. "엄마, 미안해. 내가 퇴근하고 바로 온다고 왔는데 차가 좀 막혔어. 죽 좀 먹자."

알고 보니 김 대리의 어머니가 병으로 입원 중이셨습니다. 간병인을 쓸 형편이 안 되어서, 낮에는 아버지가, 저녁 6시 이후에는 김 대리가 교대로 병원을 지키고 있었던 겁니다. 그는 6시에 '퇴근'한 게 아니라, 병원이라는 '제2의 직장'으로 출근하고 있었던 거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김 대리는 병원 간이침대에서 노트북을 펴고 새벽 2시까지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단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그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리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던 겁니다.

# 함부로 판단한 대가는 부끄러움이었다

그날 저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습니다. 저는 김 대리의 '칼퇴'라는 행동 하나만 보고, 그 사람의 인격 전체를 쓰레기 취급했습니다. 그가 처한 절박한 상황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제가 김 대리 상황이었다면? 아마 회사를 그만두거나 멘탈이 나갔을 겁니다. 그는 저보다 훨씬 책임감 있고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다음 날 출근해서 김 대리 책상 위에 조용히 홍삼 스틱을 올려두었습니다. 그리고 메신저로 보냈습니다. "대리님, 그동안 제가 오해해서 죄송해요. 그리고... 도와드릴 거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김 대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웃으며 "고마워"라고 했지만, 저는 그 웃음을 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 우리는 모두 빙산의 일각만 본다

우리는 타인의 인생이라는 영화의 전체 러닝타임 중, 아주 짧은 'NG 장면' 하나만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합니다. 그 장면 앞뒤에 어떤 슬픈 서사가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직장 동료가 까칠하게 구나요? "성격 파탄자"라고 욕하기 전에 한 번만 의심해 보세요. '혹시 오늘 아침에 부부싸움을 했을까?' '혹시 빚 때문에 독촉 전화를 받았을까?'

그 '혹시'라는 의심이 당신을 섣부른 심판자가 아닌, 따뜻한 이해자로 만들어줍니다. 우리는 판사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동료 시민이면 됩니다. 함부로 판단하지 마세요. 당신이 모르는 그 사람만의 지옥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