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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행동 이야기

보너스를 줬는데 왜 회사가 망할까? (feat. 코브라 효과)

by curiousways 2026. 2. 7.

정량적 지표 관련 이미지

 

"이번 달부터 버그 하나 찾을 때마다 만 원씩 포상금 줍니다!" (일주일 뒤) "와, 우리 개발팀이 버그를 1,000개나 찾았어? 대단해!" (알고 보니) 개발자들이 퇴근 후에 몰래 버그를 심어놓고, 다음 날 출근해서 찾아내고 있었다.

웃픈 이야기 같지만, 조직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보상이나 정책이, 사람들의 '꼼수'를 자극해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현상. 이를 코브라 효과(Cobra Effect)라고 합니다. 오늘은 착한 의도가 나쁜 결과를 만드는 '인센티브의 배신'을 알아봅니다.

1. 코브라를 잡으면 돈을 드립니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 통치하던 시절, 델리에 코브라가 너무 많아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총독부는 묘안을 냈습니다. "죽은 코브라를 가져오면 보상금을 주겠다."

처음에는 코브라 개체 수가 줄어드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곧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코브라 가죽은 쌓이는데, 길거리의 코브라는 줄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돈맛을 본 시민들이 집 마당에서 '코브라를 사육'하고 있었던 겁니다.

충격을 받은 정부가 보상금 제도를 폐지하자, 사람들은 쓸모없어진 사육 코브라들을 그냥 길거리에 풀어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코브라 수는 정책 시행 전보다 훨씬 더 늘어났습니다.

2. 측정되는 것만 관리된다 (굿하트의 법칙)

코브라 효과는 현대 기업에서 굿하트의 법칙(Goodhart's Law)으로 나타납니다. "어떤 지표가 목표(Target)가 되는 순간, 그 지표는 더 이상 좋은 지표가 아니다."

  • 콜센터: "상담 횟수"를 KPI(성과 지표)로 잡으면? → 직원들은 고객의 말을 자르고 빨리 끊어서 횟수만 채웁니다. 고객 만족도는 바닥을 칩니다.
  • 소방서: "화재 진압 건수"로 예산을 주면? → 잔불 정리를 대충 해서 불이 다시 나게 하거나, 신고를 조작할 유인이 생깁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숫자를 만드는 사람은 거짓말을 합니다. 인센티브가 걸리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목적(문제 해결)'은 잊고 '수단(돈)'에 최적화된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3. 숫자의 함정에서 탈출하기

리더라면 "A를 하면 돈을 준다"는 1차원적인 공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야 합니다. 단순한 '양(Quantity)'이 아니라 '질(Quality)'을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 상담 횟수(양) + 고객 만족도 점수(질)를 섞어서 평가.
  • 버그 발견 수(양) + 심각도(질)를 고려하거나, 버그가 없는 코드 작성에 인센티브 부여.

가장 좋은 건 정량적 지표 뒤에 숨겨진 '맥락'을 읽는 것입니다. 숫자가 갑자기 좋아졌다면, "우리 팀이 잘했네"라고 박수 치기 전에 "혹시 마당에서 코브라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의심해 봐야 합니다.

요약 및 결론

코브라 효과는 문제 해결을 위한 인센티브 정책이 의도치 않게 사람들의 꼼수를 유발하여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현상입니다. 특정 지표를 목표로 설정하면(굿하트의 법칙), 구성원들은 본질적인 성과보다 그 지표 달성에만 집착하는 왜곡된 행동을 보입니다. 따라서 성과 보상 체계를 설계할 때는 꼼수가 발생할 부작용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정량 지표와 정성 평가를 교차 검증해야 합니다.


📌 Curiosity's Insight: 나는 '전화 끊기 대회'를 개최했다

# "무조건 많이 받으면 장땡이야"

CS(고객 만족) 팀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우리 팀의 가장 큰 문제는 '응대율'이었습니다. 전화는 빗발치는데 직원들이 통화를 너무 길게 해서 대기 고객이 넘쳐났죠. 저는 단순하고 강력한 해결책을 내놨습니다. "이번 달부터 '전화 처리 건수' 1등에게는 50만 원 상품권을 줍니다! 2등은 30만 원!"

팀원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죠. '역시 돈이 최고야.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이여, 일해라!'

# 기적 같은 그래프 상승

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50콜이던 처리 건수가 80콜, 100콜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응대율 그래프가 천장을 뚫을 기세였습니다. 저는 임원 회의에서 자랑스럽게 보고했습니다. "제 리더십 덕분에 생산성이 2배 올랐습니다."

하지만 딱 한 달 뒤, 고객 게시판이 폭발했습니다. "여기 상담원들은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끊어요." "질문 하나 했는데 '매뉴얼 보세요' 하고 뚝 끊네요. 싸가지가 없어요."

# 녹취록을 듣고 경악하다

이상해서 1등을 한 직원의 녹취록을 들어봤습니다. 고객: "저기요, 제가 어제 주문한 게..." 직원: "네, 고객님. 배송 조회는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더 문의하실 거 없으시죠? 감사합니다. (뚝)"

통화 시간 15초. 그 직원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준 게 아니라, 그냥 '전화를 받은 기록'만 남기고 쳐내고 있었습니다. 옆자리의 다른 직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려운 문의가 들어오면 "담당자 연결해 드릴게요"라며 다른 부서로 돌려버리고 건수를 챙겼습니다.

사무실은 고객을 돕는 'CS 센터'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전화를 끊나 경쟁하는 '스피드 게임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건 50만 원짜리 상품권이 직원들을 '고객을 귀찮은 방해물'로 여기는 괴물로 만든 겁니다.

# 욕망은 물처럼 흐른다

결국 저는 인센티브 제도를 폐지하고 전 직원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고객 만족도 조사'를 기준으로 평가 방식을 바꿨습니다. 처리 건수는 뚝 떨어졌지만, 욕설 민원은 사라졌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인센티브는 양날의 검입니다. 직원들은 결코 리더가 의도한 대로(열심히) 움직이지 않습니다. 리더가 설계한 대로(이득이 되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물길(제도)을 잘못 파놓고 "물이 왜 엉뚱한 데로 흐르냐"라고 화내지 마세요. 꼼수를 쓰는 직원이 나쁜 게 아니라, 꼼수를 쓰면 이득을 보게 만든 제도가 나쁜 겁니다. 여러분의 팀에는 지금 어떤 코브라가 자라고 있나요? 혹시 '야근 많이 하면 성실하다'라고 평가하시나요? 그렇다면 직원들은 낮에 놀고 밤에 일하는 코브라를 키우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