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프로젝트 기한은 넉넉하게 2주 드릴게요." "와, 감사합니다! 이번엔 미리미리 끝내놔야지."
팀장님의 배려에 감사하며 쾌적한 스케줄을 짭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첫 일주일은 여유를 부리며 자료 조사만 하다가, 결국 마감 3일 전부터 미친 듯이 야근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감 직전에야 간신히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2주를 주든, 3주를 주든 결과는 똑같습니다. 항상 마감 직전에 끝납니다.
우리는 이것을 자신의 게으름 탓으로 돌리며 자책합니다. 하지만 영국의 역사학자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은 이것이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심리 법칙이라고 말합니다. 오늘은 시간이 많을수록 일이 늘어나는 마법, 파킨슨의 법칙을 파헤쳐 봅니다.
1. 일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불어난다
1955년, 파킨슨은 이코노미스트지에 흥미로운 에세이를 기고합니다. 그는 영국 해군 행정직원의 수가 함정이나 장병의 수와 무관하게 매년 5~6%씩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일이 많아서 사람이 늘어난 게 아니라, 사람이 늘어나니 서로 보고하고 승인하느라 없던 일이 생긴 것입니다.
여기서 탄생한 명언이 바로 파킨슨의 법칙입니다. "업무는 그 완수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채울 때까지 팽창한다."
쉽게 말해, 3시간이면 끝날 회의도 1시간을 배정하면 1시간 만에 끝나지만, 2시간을 배정하면 굳이 안 해도 될 잡담과 논쟁이 추가되어 2시간을 꽉 채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뇌는 주어진 시간을 '최대치'가 아니라 '반드시 채워야 할 공간'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남는 꼴을 못 보는 것이죠.
2. 여유가 독이 되는 심리, 학생 증후군
파킨슨의 법칙과 단짝인 심리 현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학생 증후군(Student Syndrome)입니다. 시험 날짜가 잡히면 학생들이 공부를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늦은 시점까지 미루는 현상을 말합니다.
"아직 2주나 남았네?"라는 여유는 우리에게 거짓된 안정감을 줍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업무의 본질보다는 폰트나 디자인 같은 사소한 것에 집착하거나(파킨슨의 법칙), 아예 딴짓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그러다 마감이 코앞에 닥치면 그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문제는 이 막판 스퍼트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대응할 시간이 없어 퀄리티가 곤두박질친다는 점입니다. 넉넉한 마감 기한이 오히려 업무 효율을 망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3. 고무줄 같은 시간을 통제하는 법
그렇다면 이 법칙을 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스스로 시간을 제약하는 인위적인 마감(Artificial Deadline)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상사가 2주를 주었더라도, 나만의 마감은 1주일로 설정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나 상사에게 공표해야 합니다. "팀장님, 제가 초안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순간, 그것은 진짜 마감이 됩니다.
또한 덩어리 업무를 쪼개야 합니다. "2주 동안 보고서 쓰기"라는 거대한 목표는 파킨슨의 법칙이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입니다. 이를 "1일 차 목차 잡기", "2일 차 데이터 수집", "3일 차 초안 작성"처럼 잘게 쪼개어 각각의 마이크로 데드라인을 설정하면, 시간이 팽창할 틈을 주지 않고 밀도 있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요약 및 결론
업무는 가용 시간을 모두 채울 때까지 팽창한다는 것이 파킨슨의 법칙입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여유를 부리다가 막판에 몰리는 학생 증후군이 발생하여 효율이 떨어집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상사가 준 마감보다 앞선 나만의 데드라인을 설정하고 공개적으로 선언해야 합니다.
📌 Curiosity's Insight: 빡빡한 일정이 창의성을 만든다
우리는 창의적인 일을 하려면 시간이 많아야 한다고 착각합니다. "시간 좀 넉넉히 주세요. 그래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죠."
하지만 역사적으로 위대한 발명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대부분 결핍과 제약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시간이 무한정 주어지면 우리는 가장 안전하고 평범한 방법을 선택합니다. 고민할 시간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없으면 뇌는 비상 모드를 가동하여 기존의 틀을 깨는 가장 효율적이고 획기적인 지름길(Short-cut)을 찾아냅니다.
데드라인(Deadline)은 말 그대로 넘으면 죽는 선이 아니라, 당신의 뇌를 가장 뜨겁게 달궈주는 점화선입니다. 오늘, 스스로에게 조금 더 가혹한 마감을 선물해 보세요. 당신도 몰랐던 당신의 초능력이 발휘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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