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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행동 이야기

면접 5분 만에 합격이 결정되는 소름 돋는 이유 (feat. 후광 효과)

by curiousways 2025. 12. 27.

인터뷰 장면

 

"첫인상이 너무 좋아서 뽑았는데, 일은 엉망이네." "S대 출신이라 믿고 맡겼는데, 소통이 전혀 안 돼."

우리는 사람을 평가할 때 최대한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요? 면접장에 들어오는 지원자의 걸음걸이, 옷차림, 혹은 출신 학교를 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고, 남은 면접 시간은 그 결정을 합리화하는 데 쓴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긍정적인 특징이 다른 모든 평가 요소를 좋게 포장해 버리는 현상, 우리는 이것을 후광 효과(Halo Effect)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채용의 실패를 부르는 가장 강력한 착시 현상, 후광 효과의 함정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1. 눈을 멀게 하는 하나의 빛

후광 효과는 1920년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가 군대 지휘관들의 평가 패턴을 연구하며 처음 명명했습니다. 그는 지휘관들이 체격이 좋고 외모가 반듯한 병사를 사격 실력이나 리더십, 지능까지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논리적으로 외모와 사격 실력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뇌는 복잡한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하나가 좋으면 나머지도 좋겠지"라고 퉁쳐버리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전략을 사용합니다.

마치 밝은 후광(Halo)이 비치면 그 사람의 구체적인 이목구비가 잘 안 보이는 것처럼, 학벌이나 외모, 달변 같은 눈에 띄는 장점 하나가 그 사람의 게으름이나 인성 같은 단점을 가려버리는 것입니다. 반대로 첫인상이 나쁘면 아무리 좋은 답변을 해도 삐딱하게 들리는 악마 효과(Devil Effect)도 같은 원리입니다.

2. 스펙이 화려할수록 검증은 허술해진다

조직에서 후광 효과가 가장 치명적인 순간은 바로 채용입니다. 면접관들은 무의식적으로 명문대 출신이나 대기업 경력자에게 후한 점수를 줍니다. "공부를 잘했으니 성실하겠지", "대기업에 다녔으니 업무 체계가 잡혀 있겠지"라고 넘겨짚습니다.

이 때문에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합니다. 스펙이 부족한 지원자에게는 날카로운 압박 질문을 던져 철저히 검증하지만, 스펙이 좋은 지원자에게는 "취미가 뭔가요?" 같은 느슨한 질문만 던지다가 채용합니다.

결과는 참담합니다. 화려한 스펙(후광)에 가려져 있던 독선적인 태도나 협업 능력 부족이 입사 후에야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소위 "스펙 좋은 저성과자"는 면접관의 게으른 뇌가 만들어낸 합작품인 셈입니다.

3. 후광을 끄고 진짜 실력을 보는 법

그렇다면 이 강력한 본능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정답은 구조화된 면접(Structured Interview)입니다.

구조화된 면접이란 미리 정해진 질문 리스트와 평가 기준을 가지고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하게 질문하는 방식입니다. 인상 비평이 끼어들 틈을 원천 차단하는 것입니다.

또한, 평가 항목을 강제로 분리해야 합니다. "전반적인 느낌"을 점수로 매기는 것이 아니라, 직무 지식 10점, 문제 해결력 10점, 의사소통 10점처럼 항목을 잘게 쪼개어 채점해야 합니다.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는 이유도 바로 학벌이나 외모라는 강력한 후광을 물리적으로 차단하여 직무 역량 그 자체를 보기 위함입니다.

요약 및 결론

후광 효과는 하나의 돋보이는 장점이 다른 모든 특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드는 인지 편향입니다. 채용 과정에서 학벌이나 외모, 첫인상 같은 후광에 의존하면 정작 중요한 직무 역량이나 인성을 놓치기 쉽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인상 비평을 배제하고, 동일한 질문과 기준으로 평가하는 구조화된 면접이 필요합니다.

📌 Curiosity's Insight: 소개팅과 면접의 공통점

재미있는 사실은 후광 효과가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곳이 면접장과 더불어 소개팅 자리라는 점입니다.

"키가 크니까 듬직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하겠지?" "목소리가 좋으니 자상할 거야."

우리는 콩깍지가 씌었다고 표현하지만, 심리학적으로는 명백한 후광 효과입니다. 연애 초반에 완벽해 보였던 연인이 시간이 지나면서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건, 그가 변해서가 아니라 처음에 눈이 부셔서 보지 못했던 진짜 모습(본모습)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직장이든 연애든, 실패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빛을 끄고 어둠 속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화려한 배경을 지우고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 태도에만 집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원석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