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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행동 이야기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상사를 내 편으로 만드는 말하기의 기술 (feat. 프레이밍 효과)

by curiousways 2026. 1. 28.

매출 설명하는 직장인

 

"팀장님, 이번 달 매출이 10% 떨어졌습니다." -> (상사: "뭐? 일을 어떻게 한 거야!") "팀장님, 시장이 20% 침체된 상황에서도 방어율 90%를 달성했습니다." -> (상사: "오, 선방했네. 고생했어.")

두 문장은 사실상 같은 수치(매출 하락)를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사의 반응은 천지 차이입니다. 전자는 무능한 직원의 변명처럼 들리고, 후자는 유능한 직원의 성과처럼 들립니다.

우리는 팩트(Fact)가 중요하다고 믿지만, 심리학은 팩트를 담는 그릇, 즉 프레임(Frame)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밝혀낸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를 통해, 같은 말도 매력적으로 들리게 하는 비즈니스 화법의 비밀을 파헤쳐 봅니다.

1.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네? vs 반밖에 없네?

프레이밍 효과란 어떤 사실을 전달할 때 제시하는 방법(틀)에 따라 사람들의 판단이나 결정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가장 유명한 예시는 수술 동의서 실험입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이 수술의 생존율은 90%입니다"라고 말했을 때와, "이 수술의 사망률은 10%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어느 쪽의 동의율이 높았을까요?

두 말은 수학적으로 똑같은 뜻입니다. 하지만 생존율(긍정 프레임)로 말했을 때 수술 동의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사망률(부정 프레임)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환자의 뇌는 공포를 느끼고 위험을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인간은 이성적인 계산기가 아니라, 언어가 주는 느낌에 휘둘리는 감정적인 존재입니다.

2. 이득보다는 손실을 강조하라

비즈니스 설득에서는 어떤 프레임이 유리할까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무언가를 행동하게 만들려면 '이득'보다는 '손실'을 강조하는 것이 강력합니다(손실 회피 성향).

"이 제안서를 채택하시면 회사가 1억 원을 법니다(이득 프레임)"라고 말하는 것보다, "이 제안서를 놓치시면 회사는 매년 1억 원의 불필요한 비용을 계속 지출하게 됩니다(손실 프레임)"라고 말할 때 상사는 더 조급해집니다.

사람은 돈을 버는 기쁨보다 돈을 잃는 고통을 2배 더 크게 느낍니다. 따라서 상사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그가 가만히 있음으로써 잃게 될 기회비용이나 잠재적 위험을 프레임의 전면에 내세워야 합니다.

3. 질문을 바꾸면 답이 바뀐다

프레이밍은 단순히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사고를 통제하는 기술입니다. 회의 시간에 "이 아이디어가 좋은가?"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단점을 찾기 시작합니다. 반면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해결책을 찾기 시작합니다.

상사가 부정적인 프레임("이거 안 되면 어쩔 거야?")에 갇혀 있을 때, 말려들지 말고 프레임을 전환("이걸 성공시키기 위해 지원해 주실 부분은 무엇입니까?")해야 합니다. 대화의 주도권은 목소리 큰 사람이 아니라, 프레임을 짜는 사람이 가집니다.

요약 및 결론

프레이밍 효과는 동일한 정보라도 제시하는 방법(틀)에 따라 해석과 결정이 달라지는 심리 현상입니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프레임(생존율)을 선호하지만, 행동을 유도할 때는 손실 프레임(비용 발생)이 더 강력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관점을 바꾸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프레임을 설정하여 질문하고 보고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 Curiosity's Insight: 나는 왜 '팩트 폭격기'가 되어 자폭했을까?

# 정직이 최선인 줄 알았던 신입 시절

사회 초년생 시절, 저는 스스로를 '정직하고 투명한 인재'라고 생각했습니다. 보고서에는 1%의 거짓도 없어야 하고, 나쁜 소식일수록 빨리 보고해야 한다고 믿었죠. 그래서 저는 팀장님께 항상 날것 그대로의 데이터를 들고 갔습니다.

"팀장님, 이번 프로모션 참여율이 저조합니다. 목표 대비 70%밖에 안 됩니다." "A 업체랑 계약이 불발되었습니다. 단가가 안 맞는다고 합니다."

제 의도는 "빨리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팀장님의 반응은 항상 싸늘했습니다. "김 사원은 왜 맨날 안 좋은 소식만 가져와? 그래서 어쩌라고? 나보고 다 책임지라고?" 저는 억울했습니다. 아니, 사실을 보고했는데 왜 나한테 화를 내지? 문제를 숨기는 것보다 낫잖아? 저는 팀장님이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옆 팀 박 대리의 '포장술'을 목격하다

그러다 옆 팀 박 대리의 보고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박 대리의 상황은 저보다 더 안 좋았습니다. 목표 대비 50%도 달성 못 한 최악의 상황이었죠. 저는 '박 대리, 오늘 깨지겠구나' 하며 팝콘을 튀길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박 대리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팀장님, 이번 프로모션에서 30대 여성 타겟층의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재구매율이 무려 40%나 올랐습니다. 전체 모수는 좀 부족하지만, 이 타깃을 집중 공략하면 2차 때는 승산이 확실합니다."

팀장님 표정이 밝아지더군요. "그래? 핵심 타겟은 잡았다는 거네? 그럼 2차 때는 예산 좀 더 태워보자." 와, 이게 뭐지? 전체가 망했다는 사실(Fact)은 똑같은데, 박 대리는 그중에서 빛나는 작은 조각 하나를 확대해서(Frame) 보여준 겁니다. 거짓말은 아니었죠. 하지만 결과는 천지 차이였습니다. 저는 '문제'를 보고했고, 박 대리는 '가능성'을 보고한 겁니다.

# 상사는 '숙제'가 아니라 '해답'을 원한다

그날 깨달았습니다. 상사는 판사가 아니라 겁쟁이라는 것을요. 그들은 나쁜 소식을 들으면 "이걸 임원한테 어떻게 보고하지?"라는 공포부터 느낍니다. 그런데 제가 거기다 대고 "망했습니다"라고 팩트 폭격을 했으니, 상사 입장에선 제가 폭탄을 던지는 테러리스트처럼 보였겠죠.

반면 박 대리는 상사에게 '변명할 거리(프레임)'를 쥐여준 겁니다. "전체는 좀 부족하지만 핵심 타겟은 잡았다"는 논리를 만들어 준 거죠.

# 화가(Painter)가 되어라

그 뒤로 저는 '사진가'를 그만두고 '화가'가 되기로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찍어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구도를 잡고 색칠을 해서 보여주기로 한 겁니다.

  • "지각했습니다" (X) -> "어제 야근하다 늦잠 잤지만, 오전에 집중해서 다 끝내겠습니다" (O)
  • "경쟁사에 졌습니다" (X) -> "경쟁사가 저가 공세를 했지만, 우리 브랜드 충성도는 지켰습니다" (O)

이것은 사기가 아닙니다. 관점의 전환입니다.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징징대는 직원을 좋아할 리더는 없습니다. 반이나 남았다고,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직원에게 기회는 주어집니다.

여러분, 너무 솔직하지 마세요. 특히 회사에서는요. 여러분의 입에서 나가는 말은 그냥 정보가 아니라, 상사가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이 됩니다. 기왕이면 예쁜 색안경을 씌워드리세요. 그래야 여러분의 회사 생활도 핑크빛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