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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행동 이야기

지옥 같은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진짜 이유 (feat. 인지 부조화 & 신 포도)

by curiousways 2026. 1. 25.

인지부조화 관련 사진

 

"저 회사는 연봉은 짠데, 사람들이 참 좋아. 그래서 다니는 거야." (실제로는 사람들도 별로고 매일 야근함) "이번에 산 차, 연비는 별로지만 하차감이 죽여주잖아."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틀렸다는 증거가 나타나면, 쿨하게 인정하는 대신 기이한 행동을 보입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내 생각을 바꿔버리는 것이죠.

이솝 우화의 여우는 높이 달린 포도를 따 먹지 못하게 되자 "저 포도는 어차피 셔서 맛없을 거야"라고 중얼거리며 돌아섭니다. 자신의 무능력(행동)을 인정하는 대신, 포도의 가치(믿음)를 깎아내려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우리가 왜 뻔한 거짓말에 스스로 속아 넘어가는지 알아봅니다.

1. 뇌는 모순을 견디지 못한다

1957년 레온 페스팅거가 발표한 이 이론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신념(생각)과 행동(현실)이 일치하지 않을 때 극심한 심리적 불편함을 느낍니다. 이 불편함, 즉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뇌는 두 가지 중 하나를 바꾸려 합니다.

  1. 행동을 바꾼다: 포기를 인정하고 사다리를 가져와 포도를 딴다. (어려움)
  2. 신념을 바꾼다: "저 포도는 신 포도야"라고 믿어버린다. (쉬움)

대부분의 사람은 쉬운 길을 택합니다. 이미 저질러버린 행동이나 현실은 바꾸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신념), 담배를 끊지 못하는(행동) 사람은 이렇게 합리화합니다. "스트레스받아 죽는 것보다 피우고 죽는 게 나아."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요.

2. 사이비 종교가 망해도 신도가 남는 이유

페스팅거는 흥미로운 관찰을 했습니다. 종말론을 주장하던 사이비 종교에서, 예언한 날짜에 종말이 오지 않았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사기였음을 깨닫고 신도들이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신도들은 "우리의 기도가 지극정성이라 신이 종말을 미루셨다"라며 믿음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왜일까요? 그들은 이미 전 재산을 바치고 가족을 버렸기 때문입니다(행동). 이제 와서 "내가 속았다"라고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끔찍한 고통입니다. 차라리 "내가 세상을 구했다"라고 믿는 편이 정신 건강에 낫습니다.

이처럼 투입한 비용(돈, 시간, 노력)이 클수록,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한 자기 합리화의 강도는 세집니다.

3.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악의 상사와 비전 없는 회사. 누가 봐도 이직이 정답입니다. 하지만 이직 준비는 귀찮고 두렵습니다(행동의 어려움). 그래서 우리는 현실을 왜곡합니다. "그래도 여기가 안정적이잖아.", "나가면 춥다는데 버티는 게 승자지."

이것은 긍정적인 마인드가 아닙니다. 게으른 뇌가 만들어낸 비겁한 평화입니다. 인지 부조화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메타인지'를 켜고 제3자의 눈으로 나를 봐야 합니다. "내 친동생이 이런 상황이라면, 나는 뭐라고 조언할까?" 그때 나오는 대답이 진짜 정답입니다. 내 마음을 편하게 하는 선택이 아니라, 내 인생을 유익하게 하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요약 및 결론

인지 부조화는 신념과 행동이 모순될 때 느끼는 심리적 불편함입니다. 사람들은 행동을 수정하기보다 신념을 왜곡하여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 합리화는 일시적인 위안을 줄 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므로, 불편하더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행동을 바꿔야 합니다.


📌 Curiosity's Insight: 나는 나의 가장 열렬한 사기꾼이었다

# 3년 동안 다닌 '쓰레기 회사'의 추억

저에게는 이력서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3년의 공백기가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뭣도 모르고 들어갔던 작은 스타트업에서의 시간이었습니다.

그곳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대표는 기분파라 아침저녁으로 말이 바뀌었고, 월급은 두 달에 한 번씩 밀렸으며, 야근 수당은커녕 저녁 식대도 주지 않았습니다. 제 친구들은 매일 저에게 "제발 그만두라"라고 뜯어말렸습니다. "너 거기 있으면 커리어 꼬여. 빨리 탈출해."

그런데 놀랍게도, 당시의 저는 친구들에게 정색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가 몰라서 그래. 대기업 부품으로 사는 것보다 여기서 A부터 Z까지 배우는 게 나중엔 훨씬 큰 자산이 될 거야. 나는 지금 경영 수업을 받는 중이라고."

와,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가 없습니다. 경영 수업은커녕, 대표의 개인 비서 노릇이나 하면서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까지 왔었거든요. 그런데도 저는 왜 3년이나 그곳을 지켰을까요? 충성심? 열정?

# 인정하는 순간 무너질까 봐

아니요. 솔직히 말하면 '쪽팔려서'였습니다. 첫 직장을 구할 때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큰소리뻥뻥 치며 들어갔거든요. "나 진짜 유망한 기업 찾았어. 두고 봐라."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똥 밟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입사 3개월 만에 그만두면, 내 선택이 틀렸다는 걸,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되잖아요. 제 자존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뇌를 해킹하기 시작했습니다. 월급이 밀리면 → "회사가 성장통을 겪는 거야. 나중에 스톡옵션으로 보상받을 거야." 대표가 욕을 하면 →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이야. 강하게 키우는 거지."

매일 밤, 천장에 비친 불안감을 억누르며 저 자신을 세뇌했습니다. 그건 긍정의 힘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나는 바보 같은 선택을 했다"는 진실이 주는 고통을 피하기 위한, 처절한 자기 방어였습니다. 여우가 포도를 셔서 맛없다고 믿어버린 것처럼요.

# 불편함이 신호다

결국 회사가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게 되어서야 저는 그곳을 나왔습니다. 나오면서 깨달았습니다. "아, 밖은 이렇게 따뜻한데 나는 왜 그 추운 지하실에서 떨면서 따뜻하다고 최면을 걸고 있었을까."

여러분, 혹시 지금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하신가요? 머리로는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는데, 가슴은 답답하고 자꾸만 화가 나시나요? 그렇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의 본능이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겁니다. "야! 이거 아니잖아! 너 지금 거짓말하고 있잖아!"

그 불편함을 외면하지 마세요. "어쩔 수 없어"라는 말로 덮어버리지 마세요. 합리화는 마약과 같아서 순간의 고통은 잊게 해주지만, 결국 병을 키워 당신을 죽게 만듭니다.

인정하세요. "내가 실수했다." 그 한마디가 참 아픕니다. 자존심도 상하고요. 하지만 그 아픈 주사를 맞아야 비로소 치유가 시작됩니다. 저는 3년이나 걸렸지만, 여러분은 오늘 당장 그 주사를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파야 고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