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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행동 이야기

"너는 싹수가 노랗다"고 하면 진짜 노래지는 이유 (feat. 피그말리온 효과)

by curiousways 2026. 2. 1.

잘 나가는 직장인

 

"김 대리는 일머리가 있어서 금방 배울 거야." -> (진짜 일을 잘하게 됨) "박 사원은 왠지 실수를 많이 할 것 같아." -> (진짜 실수를 연발함)

우리는 흔히 "사람은 안 변한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은 "사람은 기대하는 대로 변한다"라고 말합니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이 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고 합니다.

반대로 부정적인 기대를 하면 결과도 나빠지는 것을 골렘 효과(Golem Effect)라고 하죠. 당신의 팀원이 무능한 이유는, 어쩌면 당신이 그를 무능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말 한마디가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힘을 알아봅니다.

1. 천재 쥐와 멍청한 쥐의 비밀

하버드대의 로젠탈 교수는 아주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똑같은 종류의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주면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A그룹에게는 "이 쥐들은 똑똑한 유전자를 가진 천재 쥐다"라고 했고, B그룹에게는 "이 쥐들은 둔하고 멍청한 쥐다"라고 했습니다. 몇 달 뒤 미로 찾기 실험을 했는데, 놀랍게도 '천재 쥐'라고 불린 A그룹의 쥐들이 미로를 훨씬 빨리 빠져나왔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A그룹 학생들은 쥐를 다룰 때 더 정성스럽게 돌보고, 미로를 못 찾아도 "넌 할 수 있어"라며 응원하고 기다려줬습니다. 반면 B그룹 학생들은 "어차피 멍청해서 못 해"라며 쥐를 거칠게 다루고 금방 포기했습니다. 쥐조차도 사육사의 '눈빛'을 느낀 것입니다.

2. 학교와 직장은 거대한 실험실이다

이 실험은 초등학교에서도 똑같이 재현되었습니다. 무작위로 뽑은 아이들에게 "너희는 지능이 높아서 성적이 오를 거야"라고 말해주자, 실제로 8개월 뒤 그 아이들의 성적이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더가 "자네는 우리 팀의 에이스가 될 재목이야"라고 믿어주면, 직원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자아 개념의 일치) 무의식적으로 더 노력하고 잠재력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리더가 "쟤는 고문관이야"라고 낙인찍는 순간, 그 직원은 위축되어 간단한 업무조차 실수하게 되고, 리더는 "거봐, 내 말이 맞지?"라며 확증 편향에 빠집니다. 이것이 조직을 망치는 '낙인 효과'의 악순환입니다.

3.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눈빛으로도 죽이지 말라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지적질(Feedback)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믿음(Belief)입니다.

"이것도 못 해?"라는 말은 팩트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너는 무능해"라는 저주를 거는 것입니다. 실수를 했을 때 "김 대리답지 않게 왜 그랬어?"라고 말해보세요. 이 말에는 "너는 원래 잘하는 사람이야"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 믿음의 렌즈를 끼고 볼 때, 상대방은 비로소 숨겨진 날개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요약 및 결론

피그말리온 효과는 타인의 긍정적인 기대가 실제 성과를 향상시키는 심리 현상입니다. 반대로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면 상대방의 성과가 떨어지는 골렘 효과가 발생합니다. 사람은 타인의 기대를 내면화하여 행동하므로, 성장을 이끌어내려면 질책보다는 잠재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를 먼저 보여주어야 합니다.


📌 Curiosity's Insight: 내가 만든 괴물, 내가 만든 영웅

# 멀쩡한 후배를 '관심사병'으로 만들다

대리 시절, 제 밑으로 신입 사원 A가 들어왔습니다. 첫인상이 좀 어수룩해 보였습니다. 옷도 좀 촌스럽게 입고, 말도 느렸죠. 제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얘는 일 못하겠구나'라는 프레임이 씌워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A에게 업무를 줄 때마다 불안했습니다. "이거 할 줄 알아요? 모르면 물어봐요. 실수하지 말고." 제 눈빛에는 불신이 가득했겠죠. A가 보고서를 가져오면 저는 내용보다 오타부터 찾았습니다. "거봐, 꼼꼼하지가 못하네."

시간이 지날수록 A는 점점 더 주눅이 들었습니다. 제 앞에만 서면 말을 더듬고, 손을 떨었습니다. 나중에는 정말 간단한 복사 심부름조차 실수하더군요. 저는 동료들에게 말했습니다. "아, 쟤는 진짜 답답해. 가르쳐도 안 돼."

결국 A는 1년도 못 채우고 퇴사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도 제가 사람을 잘 봤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걔는 부적응자였어." 하지만 지금 와서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A가 일을 못 한 게 아니라, 제가 A를 '일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을요. 저의 차가운 눈빛과 한숨이 멀쩡한 청년을 바보로 만든 '골렘 효과'의 가해자가 바로 저였습니다.

# 사고뭉치 B를 '에이스'로 만든 한마디

반면, 몇 년 뒤 만난 후배 B는 정반대의 케이스였습니다. B는 다른 팀에서 '사고뭉치'로 찍혀서 우리 팀으로 유배 온 친구였습니다. 다들 "폭탄 받았다"며 수군거렸죠.

하지만 저는 A 때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B가 온 첫날, 따로 불러서 커피를 마시며 대뜸 거짓말(?)을 했습니다. "B야, 내가 인사기록카드 봤는데 너 잠재력이 엄청나더라? 전 팀에서는 네 스타일이랑 업무가 안 맞았던 것 같아. 나는 네가 우리 팀에서 사고 한번 제대로 칠(좋은 의미로) 인재라고 믿어. 나랑 같이 일 하나 내보자."

B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군요. 사고뭉치 취급만 받다가 처음으로 인정받는 말을 들었으니까요. 저는 B에게 중요한 프로젝트의 일부분을 떼어주며 전권을 맡겼습니다. "네 감각을 믿으니까 마음대로 해봐."

결과가 어땠을까요? B는 미친 듯이 일했습니다. 밤을 새워 자료를 찾고, 아이디어를 쏟아냈습니다. 가끔 실수를 해도 제가 "괜찮아, 과정이야"라고 넘기면, 미안해서라도 더 완벽하게 수습해 왔습니다. 1년 뒤, B는 팀 내 최고 고과를 받았고, 지금은 다른 회사에서 팀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B는 가끔 저에게 연락해서 말합니다. "그때 과장님이 저를 믿어주지 않았다면 전 벌써 업계를 떠났을 거예요."

# 당신의 눈이 조각칼이다

우리는 우리가 보는 대로 사람을 조각합니다. 여러분이 배우자에게 "당신은 왜 이렇게 게을러?"라고 말하면, 배우자는 점점 더 게으른 사람이 되어갈 겁니다. 자녀에게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라고 한숨 쉬면, 아이는 정말 아무것도 못 되는 어른으로 자랄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잘하고 싶은 욕구'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 불씨를 살리는 건 리더(부모, 선배)의 따뜻한 바람 한 점입니다.

지금 마음에 안 드는 동료가 있나요? 오늘부터 딱 일주일만 속는 셈 치고 연기를 해보세요. "당신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세요. 놀랍게도, 그 사람은 당신의 눈빛에 맞춰 태도를 바꾸기 시작할 겁니다. 믿어주세요. 믿는 대로 피어납니다. 꽃도, 사람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