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직행동 이야기

AI가 팀장님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시대의 리더십 (feat. 상황적 리더십 이론)

by curiousways 2025. 12. 10.

AI 관련 이미지

 

"이 보고서 초안은 챗GPT가 30초 만에 썼고, 지난달 매출 데이터 분석은 AI가 실시간으로 끝냈습니다. 그렇다면 팀장님은 이제 무슨 일을 하시나요?"

다소 도발적이고 불편한 질문이지만, 이것은 2025년 현재 많은 조직이 마주한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관리자(Manager)의 핵심 역량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를 지시하고, 직원들의 근태를 관리하며, 오류를 잡아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단순 지식의 양과 정보 처리 속도에서 인간은 AI를 절대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과연 관리자를 완전히 대체하게 될까요? 조직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답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입니다. 허시와 블랜차드(Hersey & Blanchard)의 상황적 리더십 이론을 통해 AI 시대에 리더가 설 자리가 과연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리더십의 두 날개: 과업 행동과 관계 행동

허시와 블랜차드는 리더십을 단순히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크게 두 가지 행동의 조합으로 설명했습니다.

첫째는 과업 행동(Task Behavior)입니다. 이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감독하는 행동입니다. 업무의 절차를 알려주고 마감 기한을 확인하는 관리의 영역입니다. 둘째는 관계 행동(Relationship Behavior)입니다. 심리적 위로를 제공하고, 경청하며, 격려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행동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신뢰를 쌓는 영역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유능한 리더는 구성원의 성숙도(M1~M4)에 따라 이 두 가지 행동의 비중을 자유자재로 조절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이 서툰 신입 사원에게는 친절한 말보다 명확한 업무 매뉴얼(높은 과업 행동)이 필요하고, 매너리즘에 빠진 고숙련 전문가에게는 업무 지시보다 따뜻한 격려와 인정(높은 관계 행동)이 필요합니다. 리더십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춤을 추듯 변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참고] 허시와 블랜차드의 상황적 리더십 이론 다시 보기

2. AI는 역사상 가장 완벽한 지시자(S1)가 될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 과업 행동 영역에서 인간 리더는 AI를 이길 수 없습니다. 업무의 절차를 알려주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하며, 오탈자나 논리적 오류를 잡아내는 능력은 AI가 인간보다 훨씬 압도적입니다.

특히 의욕은 넘치지만 업무 능력이 부족한 M1 단계(신입) 구성원에게 AI는 최고의 사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인간 사수는 바쁘거나 기분이 나쁘면 질문을 귀찮아할 수 있지만, AI는 화내지 않고 24시간 내내 업무 매뉴얼을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또한 결과물에 대해 감정 섞인 비난 없이 즉각적이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업무를 배분하고, 일정을 챙기고, 근태를 확인하는 관리형 리더십(Management)은 AI에 의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빠르게 대체될 것입니다. 구성원들 입장에서도 감정 기복이 심해 눈치를 봐야 하는 상사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감정 없이 정확한 답을 주는 AI에게 업무 가이드를 받는 편을 훨씬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일 잘 가르쳐주는 선배'의 역할은 AI에게 넘어갔습니다.

3. 인간의 성역: 동기부여와 관계 관리

하지만 AI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관계 행동입니다. AI는 업무를 알려줄 수는 있어도, 프로젝트 실패로 낙담한 직원의 축 처진 어깨를 두드려주거나, 가정사로 힘들어하는 직원의 미묘한 눈빛을 읽어내지는 못합니다.

앞서 언급한 상황적 리더십 이론에서 리더들이 가장 다루기 힘들어하는 대상은 M3 단계의 구성원입니다. 이들은 업무 능력은 충분히 갖췄지만, 심리적인 이유나 동기 저하로 인해 일을 안 하거나 못 하는 상태입니다. 이들에게 업무 매뉴얼을 들이미는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정교한 데이터나 논리가 아니라, "김 대리, 요즘 표정이 어두운데 무슨 일 있어? 내가 도울 건 없을까?"라고 물어봐 주는 공감과 관심입니다.

AI는 정답(Data)을 줄 수 있지만, 의미(Meaning)를 줄 수는 없습니다. 직원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설득하고, 회사의 차가운 비전과 개인의 뜨거운 꿈을 연결해 주고, 팀원 간의 복잡한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은 오직 인간 리더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으로 남을 것입니다. 인간은 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감정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요약 및 결론

AI는 업무 지시, 일정 관리, 데이터 분석 같은 과업 행동 영역에서 인간 리더를 대체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공감, 동기부여, 갈등 해결, 비전 공유와 같은 관계 행동 영역은 여전히 인간 고유의 역할로 남을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의 리더십은 일을 관리(Management)하는 것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성장시키는 코칭(Coaching)으로 그 무게 중심이 완전히 이동해야 합니다.

📌 Curiosity's Insight: 똑똑한 리더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까지 우리는 업무를 가장 잘 알고, 실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팀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즉, 조직에서 가장 똑똑하고 정보를 많이 쥔 사람이 권력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 지식과 정보의 우위는 더 이상 리더의 권력이 될 수 없습니다. 내가 모르는 정보는 챗GPT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리더의 정의는 정답을 아는 사람에서 질문을 던지는 사람,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사람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활용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그리고 AI가 채워주지 못하는 정서적 결핍을 채워주는 하이 터치(High Touch) 능력을 갖춘 사람. 이것이 AI가 팀장님을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조건이자, 미래 리더가 갖춰야 할 생존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