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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행동 이야기

재택근무 감시하는 상사 vs 자율을 원하는 부하 (feat. 맥그리거의 X-Y 이론)

by curiousways 2025. 12. 9.

 

"재택근무할 때 마우스가 5분 이상 멈추면 메신저 상태가 '자리 비움'으로 바뀌어서 신경 쓰여요." "김 대리, 아까 보낸 메시지 왜 10분이나 늦게 확인하나? 집에서 노는 거 아니야?"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요즘,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상사의 감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글이 넘쳐납니다. 반면 리더들은 리더들대로 "눈에 안 보이니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라며 불안을 호소합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키보드 입력 횟수를 추적하거나 화면을 캡처하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왜 어떤 리더는 직원을 믿고 맡기는데, 어떤 리더는 사사건건 감시하려 들까요? 조직행동론의 더글러스 맥그리거(Douglas McGregor)는 그 원인이 리더가 가진 인간에 대한 무의식적인 믿음, 즉 X-Y 이론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1. 인간을 바라보는 두 가지 안경: X이론과 Y이론

맥그리거는 리더가 부하 직원을 바라보는 관점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X이론(Theory X)은 성악설에 가깝습니다. 인간은 본래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존재라고 봅니다. 따라서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리더가 강하게 지시하고, 통제하고, 처벌로 위협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들에게 관리는 곧 감시입니다.

반면 Y이론(Theory Y)은 성선설에 가깝습니다. 인간은 조건만 맞으면 놀이나 휴식처럼 일을 즐길 수 있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며, 책임을 지려는 존재라고 봅니다. 따라서 리더의 역할은 감시가 아니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실제 직원의 성향이라기보다, 리더가 쓰고 있는 색안경이라는 사실입니다. X이론 안경을 쓴 리더의 눈에는 아무리 성실한 직원도 잠시 쉬는 모습이 농땡이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2. 재택근무는 리더의 본색을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사무실에 다 같이 모여 있을 때는 이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니까 굳이 감시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택근무라는 물리적 거리감이 생기는 순간, 리더의 숨겨진 인간관이 수면 위로 드러납니다.

X이론을 신봉하는 리더에게 재택근무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안 보면 논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눈에서 사라진 직원을 통제하기 위해 마이크로 매니징(Micro-managing)을 시작합니다. 10분 단위 업무 보고를 시키거나, 화상 회의 카메라를 켜두라고 강요하는 것은 업무 효율 때문이 아니라 리더 자신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행동입니다.

반면 Y이론을 가진 리더는 재택근무를 기회로 봅니다. 자율성이 주어질 때 직원이 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몇 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는지를 봅니다.

3. 감시는 왜 실패하는가: 통제의 역설

문제는 X이론적 접근이 현대의 지식 노동 환경에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과거 단순 반복 업무(공장 라인 등)에서는 감시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창의성과 몰입이 필요한 업무에서 감시는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

심리학적으로 통제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인간의 내재적 동기는 급격히 떨어집니다(인지평가이론). 상사가 마우스 움직임을 감시한다고 느끼면, 직원은 업무의 본질인 성과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감시를 피할 꼼수(마우스 자동 움직임 기계 구매 등)를 고민하게 됩니다.

결국 리더가 통제하려 할수록, 직원은 수동적으로 변하고 진짜 성과는 떨어집니다. 그러면 리더는 "역시 안 보면 농땡이를 피우는군"이라며 통제를 더 강화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이것이 바로 재택근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요약 및 결론

리더가 재택근무를 불안해하는 이유는 직원의 태도 때문이 아니라, 인간을 불신하는 X이론적 관점 때문일 수 있습니다. X이론 리더는 과정을 통제하려 하고, Y이론 리더는 결과를 확인하려 합니다. 현대 조직에서 과도한 감시는 직원의 내재적 동기를 꺾고 성과를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 Curiosity's Insight: 시간 관리에서 결과 관리로의 고통스러운 전환

재택근무 논란의 핵심은 근무 장소가 아니라 평가 기준의 변화에 있습니다. 사무실 출근 체제에서는 9시부터 6시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 즉 투입된 시간(Input)이 성실함의 지표였습니다. 리더 입장에서는 관리하기 가장 편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시간이 무의미해집니다. 이제는 철저하게 산출물(Output)로만 증명해야 합니다. 리더들이 재택근무를 싫어하는 진짜 이유는 직원을 못 믿어서라기보다, 성과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평가할 능력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누가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지가 아니라, 누가 가치를 만들어냈는가를 평가하는 것은 리더에게 훨씬 더 고통스럽고 정교한 능력을 요구합니다. 2025년의 리더십은 근태 관리가 아니라 목표 관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성과가 나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이 비대면 시대 리더의 진짜 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