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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행동 이야기

지각한 후배는 게으르고, 내가 지각한 건 차가 막혀서? (feat. 기본적 귀인 오류)

by 호기심의 항구 2026. 2. 18.

 

돌에 걸려 넘어진 사람을 보고 관찰자는 개인의 게으름을 탓하지만 당사자는 비 오는 날씨와 갈라진 도로 상황을 원인으로 생각하는 기본적 귀인 오류 현상

 

"김 대리 또 지각이네. 저 친구는 원래 근태가 엉망이고 게을러." (다음 날, 내가 지각했을 때) "아, 오늘 하필 사고가 나서 차가 엄청 막히네. 이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우리는 타인의 실수를 보면 그 사람의 인성이나 능력 부족을 탓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실수를 내가 저지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외부 상황과 운을 탓하며 자신을 변호하기 바쁩니다. 남들에게는 엄격한 판사가 되고, 자신에게는 관대한 변호사가 되는 것이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제가 후배의 태도를 함부로 단정 지었다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움을 느꼈던 사건을 통해 우리의 잣대가 얼마나 이중적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문제아 신입의 숨겨진 사연

1) 매일 지각하는 불성실한 후배

제가 대리 3년 차였을 때, 저희 팀에 신입 사원 한 명이 들어왔습니다. 처음 한 달은 싹싹하게 잘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지각을 밥 먹듯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의 시간에는 꾸벅꾸벅 졸고, 보고서에는 오타가 넘쳐났죠.

제 머릿속에는 이미 그 후배에 대한 확고한 프레임이 짜였습니다. '요즘 애들 진짜 책임감 없네. 밤새워 게임이라도 했나? 기본적으로 성실함이 부족하고 게으른 성격이구만.' 저는 그 후배를 불러다 따끔하게 훈계했습니다. "회사 생활 장난해? 정신 상태가 빠졌잖아. 태도부터 고쳐!" 후배는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저는 그가 영 못마땅했습니다.

2) 나의 완벽한 변명거리

몇 주 뒤, 저에게도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가벼운 접촉 사고가 난 것입니다. 보험사를 부르고 처리하느라 결국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하필 그날은 본부장님 주재의 중요한 주간 회의가 있는 날이었고, 제 보고 순서는 이미 지나가 버린 뒤였습니다.

본부장님은 저를 쳐다보며 "김 대리, 요즘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라며 질책하셨습니다. 저는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아니, 내가 지각하고 싶어서 했나? 뒤차가 갑자기 들이받은 걸 나보고 어쩌라고! 평소에 내가 얼마나 야근하며 성실하게 일했는데, 사고 한 번 났다고 나를 불성실한 사람 취급해?'

3) 진실을 알게 된 날의 부끄러움

그날 저녁, 팀 회식 자리에서 저는 우연히 옆 부서 동기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야, 너네 팀 그 신입 사원 말이야. 요새 고생이 많더라.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매일 밤 병원에서 간병하고 출근한다며? 너네 팀장님이 배려해 줘서 아침에 교대하고 오느라 조금씩 늦는 거라던데, 넌 사수니까 당연히 알지?"

저는 그때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 후배가 지각하고 졸았던 이유는 '게으른 성격' 때문이 아니라, '간병이라는 극한의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제 지각은 '교통사고라는 어쩔 수 없는 외부 상황'으로 정당화하면서, 후배의 지각은 '불성실한 내부 성격'으로 단정 지어버렸던 것입니다. 다음 날 저는 후배를 따로 불러 진심으로 사과했고, 속으로 수없이 제 이중성을 반성했습니다.

2. 내로남불의 심리학: 기본적 귀인 오류

1) 원인을 어디로 돌릴 것인가

인간은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으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이를 귀인(Attribution)이라고 합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성격, 태도, 능력 같은 내부적 귀인이 있고, 날씨, 운, 타인의 방해 같은 외부적 귀인이 있습니다.

기본적 귀인 오류는 타인의 행동을 평가할 때 외부 상황의 영향력은 과소평가하고, 개인의 내적 특성(성격)은 과대평가하는 인지적 편향을 말합니다. 누군가 길에서 넘어지는 것을 보면 "어휴, 덜렁대기는"이라며 성격을 탓하지만, 내가 넘어지면 "길이 왜 이렇게 미끄러워?"라며 환경을 탓하는 것이 완벽한 예시입니다.

2) 왜 우리는 남에게 더 가혹할까?

이런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관찰자(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실수를 할 때는 내가 처한 억울한 상황(교통사고, 피로, 날씨)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타인의 실수를 볼 때는 그 사람의 겉모습과 행동만 보일 뿐, 그 이면의 복잡한 배경(간병, 가정사)은 보이지 않습니다.

뇌는 보이지 않는 상황을 상상하는 복잡한 과정보다, 눈앞에 보이는 그 사람의 '성격'을 탓하는 가장 쉽고 빠른 지름길을 택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비난하기 전에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라고 한 번만 멈춰서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3. 요약 및 결론

기본적 귀인 오류는 타인의 문제 행동을 관찰할 때 환경이나 상황적 요인은 무시하고, 그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 등 내부적인 요인에서만 원인을 찾으려는 심리적 편향입니다.

우리의 뇌는 타인이 처한 보이지 않는 복잡한 상황을 분석하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눈에 바로 보이는 타인의 개인적 기질을 탓하는 가장 쉬운 판단 방식을 선택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나에게 억울한 사정이 있듯 타인에게도 내가 모르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함부로 상대방의 인성을 평가하거나 단정 짓는 태도를 경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