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저 지원자 서울대 나왔네? 인상도 서글서글하니 좋고." "그럼 일도 잘하겠지. 면접 볼 것도 없네. 합격시켜!"
우리는 사람을 평가할 때, 눈에 띄는 한 가지 장점(학벌, 외모, 목소리 등)이 있으면 나머지 능력도 당연히 뛰어날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반대로 옷차림이 허름하면 능력도 없을 것이라고 무시하죠.
심리학에서는 어떤 대상의 두드러진 특징이 그 대상의 다른 특성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후광 효과(Halo Effect)라고 합니다. 오늘은 제가 겉모습에 속아 '빛 좋은 개살구'를 채용했다가 팀 전체가 고생했던 저의 흑역사를 통해, 왜 보이는 게 다가 아닌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완벽한 스펙에 눈이 멀어 똥차를 피하지 못했다
1) 면접장에 걸어 들어온 연예인
팀장 2년 차, 팀원 충원을 위해 면접을 보던 날이었습니다. 10명의 지원자 중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큰 키에 모델 같은 외모, 거기에 S대 경영학과 출신이라는 화려한 스펙까지 갖춘 '최 사원'이었습니다.
면접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후광이 비치는 듯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열정으로 똘똘 뭉친 지원자 최OO입니다!" 목소리도 아나운서처럼 좋더군요. 저는 면접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이미 마음속으로 합격 도장을 찍었습니다. '이런 인재가 우리 팀에 오다니. 외모도 훌륭하고 학벌도 좋으니, 업무 센스나 대인 관계는 안 봐도 비디오겠지.'
2) 사소한 경고 신호를 무시하다
사실 면접 도중 몇 가지 찜찜한 점은 있었습니다. "전 직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냈나요?"라는 질문에 그는 "팀원들과 화합하여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라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갔습니다. 또, 엑셀 실무 테스트에서도 시간이 좀 오래 걸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신호를 애써 무시했습니다. '에이, 서울대 나왔는데 엑셀 정도는 금방 배우겠지. 긴장해서 그런 걸 거야. 저렇게 스마트하게 생겼는데 일을 못 할 리가 없어.' 결국 저는 다른 실무형 인재들을 다 떨어뜨리고 그를 채용했습니다.
3) 빛나는 외모 뒤에 숨겨진 게으름
하지만 그 '후광'이 벗겨지는 데는 딱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최 사원은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였습니다. 엑셀 함수 하나를 못 써서 하루 종일 모니터만 보고 있었고, 전화 응대도 엉망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태도였습니다. "제가 이런 단순 업무 하려고 여기 들어온 건 아닌데요."
그는 자신의 학벌과 외모만 믿고 허드렛일을 거부했습니다. 동료들이 야근할 때 혼자 "약속이 있어서요"라며 칼퇴근을 했죠. 결국 3개월 뒤, 최 사원은 "이 회사는 제 그릇을 담기에 너무 작네요"라는 명언을 남기고 퇴사했습니다. 그가 남긴 똥을 치우느라 남은 팀원들은 한 달 내내 고생해야 했습니다. 저는 팀원들에게 "사람 보는 눈이 그것밖에 안 되냐"는 원망을 들어야 했고요.
2. 왜 뇌는 하나만 보고 열을 판단할까: 후광 효과
1) 에드워드 손다이크의 발견
이 현상은 1920년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가 군 장교들을 연구하면서 처음 발견했습니다. 장교들은 체격이 좋고 외모가 준수한 병사들을 사격 실력이나 지능, 리더십까지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외모와 사격 실력은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죠. 어떤 대상의 긍정적인 특성 하나(Halo)가 너무 강렬해서, 다른 부정적이거나 평범한 특성들을 가려버리는 것입니다.
2) 애플 제품이 더 성능 좋아 보이는 이유
후광 효과는 마케팅에서도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애플의 아이폰은 디자인이 예쁘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성능도 최고일 거야", "보안도 완벽할 거야"라고 믿습니다. 반대로 뿔 효과(Horns Effect)도 있습니다. 첫인상이 나쁘거나 옷차림이 지저분하면, 그 사람이 아무리 똑똑한 말을 해도 "사기꾼 아니야?"라고 의심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3) 채용과 평가의 적
조직에서 후광 효과는 공정한 평가를 방해하는 가장 큰 적입니다. "저 친구는 영어를 잘하니까 기획도 잘하겠지." "저 친구는 인상이 좋으니까 성실하겠지."
이런 착각을 피하려면 평가 항목을 철저히 분리해야 합니다. 영어 실력은 영어 점수로만, 기획력은 포트폴리오로만 평가해야 합니다. 제가 만약 최 사원의 '외모'와 '실무 능력'을 별개로 채점했다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후광에 눈이 멀면, 진짜 보석과 돌멩이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3. 요약 및 결론
후광 효과는 어떤 대상이 가진 한 가지 두드러진 긍정적 특성이나 매력(외모, 학벌 등)이 그 대상의 다른 모든 특성을 평가하는 데 무의식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인지 편향입니다.
인간의 뇌는 복잡한 정보를 처리할 때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눈에 띄는 단편적인 정보 하나에 의존하여 대상 전체의 이미지를 쉽게 추론해 버리려는 단순화 경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채용이나 인사 평가에서 이런 겉모습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원자의 스펙이나 첫인상에 휘둘리지 말고 각 평가 항목(직무 능력, 인성, 태도 등)을 철저히 분리하여 객관적인 지표로만 검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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