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연구는 오랫동안 리더 개인의 특성이나 행동, 상황적 요인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학자들은 리더와 구성원 간의 관계 자체가 성과와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리더-구성원 관계이론, 즉 LMX(Leader-Member Exchange) 이론은 리더와 각 구성원이 맺는 교환 관계의 질에 따라 집단 내 역할 분화, 성과, 만족, 몰입이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본 글에서는 초기의 ALS(Average Leadership Style)와 VDL(Vertical Dyad Linkage) 모형에서 시작된 연구 배경, LMX의 개념과 영향요인, 그리고 LMX 관계가 이방인–면식–파트너 단계로 발전하는 과정을 살펴보며, 이 이론이 조직 연구와 실무에서 가지는 함의를 검토하겠습니다.
1. 이론의 기원
리더-구성원 관계이론은 초기의 ALS(Average Leadership Style, 평균적 리더십 스타일) 접근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는 리더가 모든 부하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대한다는 가정에 기반한 관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조직에서는 리더가 부하를 동일하게 대하지 않고, 관계의 질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한다는 현상이 자주 관찰되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덴스레우(G. Dansereau), 그래엔(G. Graen), 해가(Haga)는 1975년 Vertical Dyad Linkage(수직적 이원 연계, VDL)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VDL 접근은 리더가 모든 구성원과 동일한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각 부하와 개별적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리더는 일부 부하와는 신뢰, 존중, 상호 지원을 바탕으로 한 ‘내집단(in-group)’ 관계를 형성하는 반면, 다른 부하와는 공식적 계약과 역할에 기반한 ‘외집단(out-group)’ 관계를 맺습니다. 내집단 구성원은 추가적인 자원과 기회를 받으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더 큰 참여권을 얻습니다. 반면 외집단 구성원은 공식적 지위에 따른 최소한의 지원만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팀장이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특정 직원에게는 전략 논의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새로운 과업을 맡기지만, 다른 직원에게는 단순 반복 업무만 부여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차별적 관계는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 리더-구성원 교환 관계의 질에 기초한 것입니다. VDL 모델은 기존의 “리더는 모두를 공평하게 대한다”는 전제를 깨뜨리고, 리더십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후속 LMX 이론으로 발전하며 오늘날까지 중요한 연구 분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 LMX의 개념과 영향요인
LMX(Leader-Member Exchange, 리더-구성원 교환) 이론은 리더와 구성원 간 교환 관계의 질이 조직 성과와 직무 만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교환 관계의 질이 높으면 구성원은 리더를 신뢰하고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리더는 이들에게 더 많은 자원과 기회를 제공합니다. 반대로 관계의 질이 낮으면 구성원은 최소한의 역할 수행에만 집중하고, 리더는 그들에게 한정된 지원만 제공하게 됩니다.
LMX 관계의 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첫째, 개인적 특성입니다. 예를 들어, 성실성이나 외향성과 같은 성격 요인은 리더와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유리합니다. 둘째, 상호작용 빈도와 질입니다. 리더와 구성원이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는지가 관계 발전의 핵심 요소입니다. 셋째, 초기 기대와 사회적 교환 규범입니다. 리더가 초기 단계에서 신뢰를 부여하거나 책임 있는 과업을 맡기면, 구성원은 이를 보답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글로벌 IT기업의 리더가 핵심 인재와 높은 LMX 관계를 유지하면 이들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관계가 낮은 구성원은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집단 내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LMX는 단순한 인간관계 차원이 아니라, 조직 내 동기 부여, 성과 창출, 이직률 등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합니다. 이런 점에서 LMX 이론은 조직 내 리더십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3. LMX의 발전단계
리더-구성원 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점진적으로 발전합니다. 그래엔(G. Graen)과 우흐-비엔(M. Uhl-Bien, 1995) 등은 이를 세 단계로 설명했습니다. 즉, 이방인(stranger) 단계, 면식(acquaintance) 단계, 파트너(partnership) 단계입니다.
첫째, 이방인 단계에서는 리더와 구성원이 공식적인 계약 관계에 기반해 상호작용합니다. 리더는 주어진 직무와 역할을 명확히 지시하며, 구성원은 이를 충실히 수행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상호 신뢰나 정서적 유대가 약하고, 교환 관계는 주로 보상과 의무라는 공식적 틀 안에서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입사 직후 기본 업무를 부여받아 평가받는 시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 면식 단계에서는 리더와 구성원이 서로를 탐색하며 보다 비공식적인 교류가 시작됩니다. 리더는 구성원에게 추가적인 기회나 도전을 제공하고, 구성원은 이를 수용하면서 충성심과 성과를 통해 보답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관계가 시험대에 오르며, 성공적으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면 점차 고품질의 교환 관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예컨대 리더가 특정 직원에게 프로젝트의 부팀장 역할을 맡기고, 그 직원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신뢰를 얻는 경우입니다.
셋째, 파트너 단계에서는 리더와 구성원이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안정적 관계를 형성합니다. 리더는 구성원을 전략적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고, 구성원은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합니다. 교환 관계는 단순한 보상·과업 차원을 넘어 상호 의존적 파트너십으로 확장됩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핵심 인재가 리더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자문하거나 장기적인 혁신 과제에 동반자로 참여하는 상황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세 단계는 단순한 선형적 과정이 아니라, 신뢰 구축과 상호 교류의 질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일부 관계는 면식 단계에서 정체되기도 하고, 특정 사건으로 인해 파트너 관계가 다시 약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방인–면식–파트너 단계는 리더-구성원 관계의 동태적 특성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며, 리더가 구성원과 어떤 관계를 맺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결론
리더-구성원 관계이론은 리더십 연구를 개인 특성이나 상황 차원을 넘어 관계적 차원으로 확장시켰습니다. ALS와 VDL 모델은 리더가 구성원을 차별적으로 대한다는 사실을 밝혔고, LMX 이론은 교환 관계의 질이 성과와 만족도에 핵심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체계화했습니다. 특히 LMX 발전 단계를 이방인–면식–파트너로 구분함으로써 관계가 단순히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발전하고 변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날 LMX 이론은 조직 내 관계의 질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실천적 도구로 활용되며,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협력적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