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행동이론은 20세기 중반 이후 리더십 연구를 본격적으로 학문적 틀로 발전시킨 접근입니다. 특성이론이 리더의 선천적 자질에 초점을 맞췄다면, 행동이론은 실제로 드러나는 리더의 태도와 행동에 주목했습니다. 이 접근은 리더십이 학습과 경험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며 조직 연구와 경영학에서 큰 반향을 불러왔습니다. 아이오와대학교와 미시간대학교의 연구가 행동이론의 초기 토대를 제공했다면, 오하이오주립대학교의 연구와 관리격자모형은 리더십 행동을 더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분류하여 후속 연구와 실무 적용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하이오주립대학교의 연구, Blake와 Mouton이 제시한 관리격자모형, 그리고 행동이론의 한계와 시사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오하이오주립대학교의 연구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의 연구는 194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행동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리더십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설문도구를 개발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LBDQ(Leader Behavior Description Questionnaire, 리더 행동 기술 설문)입니다. 이 도구는 수백 개의 항목을 통해 리더의 행동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리더십 행동을 구분하는 중요한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분석 결과 리더십 행동은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정리되었습니다. 하나는 구조주도(initiating structure)이고, 다른 하나는 배려(consideration)입니다. 구조주도는 업무를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절차를 명확히 하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리더가 세부적인 역할을 나누고, 시간 계획을 제시하며, 과업 수행 과정을 면밀히 점검하는 것이 구조주도적 행동입니다. 반대로 배려는 구성원의 감정, 복지, 대인 관계를 존중하는 행동을 뜻합니다. 리더가 직원들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신뢰와 친밀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배려적 행동의 사례입니다.
이 연구의 중요한 발견은 두 차원이 독립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즉, 구조주도가 높으면서 동시에 배려도 높을 수 있고, 둘 중 하나만 높은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리더는 엄격하게 업무를 관리하면서도 직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다른 리더는 과업만 강조하거나 인간관계만 중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발견은 리더십 행동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기존 접근을 넘어, 다양한 조합을 고려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제조업 공장에서 구조주도가 강한 리더는 생산성을 단기간에 높일 수 있었지만, 배려적 요소가 부족한 경우 직원들의 피로와 불만이 누적되었습니다. 반대로 서비스 업종에서 배려적 리더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이직률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으나, 구조주도가 낮으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두 차원을 동시에 고려해야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오늘날까지도 리더십 교육에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연구는 행동이론을 정교화한 대표적 사례로, 이후 다양한 리더십 모형과 이론이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2. 관리격자모형
리더십 행동이론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한 대표적 시도가 Blake와 Mouton이 개발한 관리격자모형(Managerial Grid Model, 관리격자모형)입니다. 이 모형은 1960년대에 등장하여 기업 현장에서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에 널리 적용되었으며, 지금도 경영학 교재에 자주 등장합니다.
관리격자모형은 두 가지 축으로 리더십 행동을 설명합니다. 하나는 인간 중심성(people orientation), 다른 하나는 과업 중심성(task orientation)입니다. 각 축은 1에서 9까지 점수화되며, 이를 조합하면 리더십 스타일이 격자 형태로 도식화됩니다.
이 모형에 따르면 다섯 가지 대표적 리더십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 1,1형은 방임적 리더십으로 인간과 과업 모두에 관심이 적어 성과와 관계 모두에서 낮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둘째, 9,1형은 권위적 관리형으로 과업에는 높은 관심을 두지만 인간적인 요소를 무시하는 방식입니다. 단기 성과는 높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불만과 갈등을 초래합니다. 셋째, 1,9형은 인간 중심형으로 직원들의 만족과 관계를 중시하지만 성과 관리가 부족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넷째, 5,5형은 중도형으로 인간과 과업 모두에 일정 수준 관심을 두지만 뛰어난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9,9형은 팀형 리더십으로 인간과 과업 모두를 중시하는 이상적인 유형입니다. Blake와 Mouton은 이 팀형 리더십을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강조했습니다.
사례를 보면, 기술 스타트업에서는 9,9형 리더십을 보이는 경영자가 혁신성과 협력 문화를 동시에 이끌어내며 장기적 성장을 달성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단기 매출에 집착하는 9,1형 리더십은 빠른 성과를 내지만 직원 이탈과 조직문화 악화를 초래하는 경우가 보고되었습니다.
관리격자모형은 리더십을 단순히 개인 특성이나 상황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 스타일을 시각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큽니다. 많은 기업이 이 모형을 바탕으로 리더십 워크숍을 운영하며, 관리자의 행동 유형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해 왔습니다. 따라서 관리격자모형은 행동이론을 실무로 연결하는 중요한 도구로 평가됩니다.
3. 한계 및 시사점
리더십 행동이론은 학문적 기여가 크지만, 몇 가지 한계도 존재합니다.
첫째, 행동이론은 리더십을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상황적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동일한 행동이라도 맥락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행동이론은 이를 설명하기에 부족했습니다. 예를 들어 구조주도적 행동은 위기 상황에서는 긍정적 효과를 내지만, 안정된 상황에서는 독단적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둘째, 행동이론은 결과를 일관되게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리더십 행동이라도 조직 문화, 산업 특성, 국가적 맥락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 서구에서는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리더십이 긍정적 효과를 보였지만, 일부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오히려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셋째, 행동이론은 리더십을 발전시키는 구체적 메커니즘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리더십 행동이 성과에 어떤 과정을 통해 영향을 미치는지, 또는 어떤 조건에서 효과가 극대화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행동이론이 주는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리더십이 학습 가능한 능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교육과 훈련을 통해 누구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연구와 관리격자모형은 리더십 행동을 구체적으로 분류하고 진단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여, 이후 상황이론과 현대 리더십 연구가 발전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오늘날 많은 조직은 행동이론을 기반으로 맞춤형 리더십 교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글로벌 기업들은 관리자 교육에서 구조주도와 배려의 균형을 강조하고, 관리격자모형을 활용하여 리더십 스타일을 점검합니다. 이는 행동이론이 단순히 과거의 학문적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에도 실천적으로 의미 있는 도구임을 보여줍니다.
결론
리더십 행동이론은 특성이론의 한계를 보완하며 리더십을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설명한 중요한 접근입니다. 오하이오주립대학교의 연구는 구조주도와 배려라는 두 차원을 제시해 리더십 행동의 다양성을 밝혔고, Blake와 Mouton의 관리격자모형은 이를 시각화하여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비록 상황적 요인과 문화적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행동이론은 리더십이 학습과 훈련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 의의가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행동이론은 리더십 교육, 조직 개발, 경영 실무에서 여전히 중요한 이론적·실천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