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채용 면접장에서 면접관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질문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야근이 많나요?" 혹은 "연봉은 얼마인가요?"가 주된 질문이었다면, 요즘 MZ세대 지원자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이 회사에 입사하면 저는 어떤 커리어 성장을 할 수 있나요?" "사수에게 배울 점이 있나요?"
기성세대의 관점에서는 '돈 많이 주고 편하면 최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젊은 세대는 조금 다른 움직임을 보입니다. 연봉이 높아도 배울 게 없으면 퇴사하고, 일이 힘들어도 자신이 성장한다고 느끼면 남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조직심리학의 고전인 허즈버그의 이론을 통해 이 현상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1. 돈은 불만을 없애줄 뿐, 열정을 만들지 못한다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는 프레더릭 허즈버그(Frederick Herzberg)의 2요인 이론(Two-Factor Theory)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는 직무 만족과 불만족이 한 줄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 위생요인(Hygiene Factors): 충족되지 않으면 불만족스럽지만, 충족된다고 해서 일을 더 열심히 하지는 않는 것. (예: 연봉, 복지, 근무 환경, 회사 정책)
- 동기요인(Motivators): 충족되면 강력한 동기부여와 만족감을 주는 것. (예: 성취감, 인정, 책임감, 성장 기회)
많은 기업들이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연봉을 올리고, 사무실에 안마의자를 놓고, 간식을 채워 넣습니다. 하지만 허즈버그의 이론에 따르면 이것은 위생요인만 건드리는 것입니다. 즉, "회사가 싫지는 않게" 만들 수는 있어도 "이 회사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게" 만들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2. MZ세대가 말하는 성장은 동기요인의 핵심이다
MZ세대가 묻는 "성장"은 허즈버그가 말한 동기요인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성장에 목말라하는 이유는 단순히 학구열이 높아서가 아니라, 생존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과거 고도성장기의 평생직장 시대에는 회사가 개인의 노후까지 책임져 주는 구조였습니다. 따라서 당장 일이 지루하거나 성취감(동기요인)이 없더라도, 안정적인 급여와 복지(위생요인)만 보장된다면 묵묵히 버티는 것이 미덕이자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호봉이 오르고 승진이 보장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며 평생직장의 신화는 완전히 깨졌습니다. 지금의 2030 세대는 부모 세대가 구조조정을 겪는 모습을 보고 자랐으며,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정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회사라는 간판을 떼고 나면 남는 유일한 자산은 오로지 나의 직무 역량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배울 것이 없는 회사"나 "반복적인 업무만 시키는 조직"은 단순히 지루한 곳이 아니라, 내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위험한 곳으로 인식됩니다. 탕비실에 간식이 가득하고 연봉이 조금 높아도(위생요인 충족), 내가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울 기회(동기요인 결핍)가 없다면 이들은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들은 높은 연봉과 안정성을 포기하고서라도, 당장 내가 성장할 수 있고 확실한 피드백을 주는 스타트업이나 도전적인 조직으로 이직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3. 회사는 더 이상 '가족'이 아니라 '플랫폼'이다
이러한 변화는 회사와 개인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MZ세대에게 회사는 뼈를 묻을 제2의 가족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높여줄 비즈니스 플랫폼입니다.
이들은 회사와 자신을 철저하고 대등한 계약 관계, 혹은 파트너십 관계로 인식합니다. 과거의 직장인들이 "회사가 나를 키워준다"고 생각하며 충성을 바쳤다면, 지금의 세대는 "내가 회사에 노동력과 시간을 제공하는 대신, 회사는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냉정하게 묻습니다. 여기서 회사가 줄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월급(위생요인) 그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이 회사에서 일했다는 사실 자체가 내 이력서의 강력한 한 줄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브랜드 가치와 경험입니다.
만약 회사가 이러한 성장의 기회(동기요인)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이 회사는 나의 시장 가치를 떨어뜨리는 곳일 뿐입니다. 정체되어 있다는 불안감은 그 어떤 높은 연봉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가장 큰 불만 요인이 됩니다. 반면, 일이 힘들고 야근이 잦더라도 내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업계에서 인정받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면, 그들은 기꺼이 열정을 불태웁니다.
따라서 이들이 퇴사를 결심하는 것은 참을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미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생존 전략인 셈입니다. 충성심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충성심의 대상이 회사에서 나 자신의 커리어로 이동했을 뿐입니다.
요약 및 결론
- MZ세대의 퇴사는 단순히 끈기 부족이 아니라, 동기요인(성장)의 결핍에서 오는 합리적 선택입니다.
- 허즈버그의 이론에 따르면, 연봉과 복지(위생요인)는 불만족을 제거할 뿐 진정한 몰입을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 회사는 이제 '평생 직장'이 아닌 '성장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야 인재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 Curiosity's Insight: '승진'이 아니라 '시장 가치'를 보장하라
과거의 조직에서 말하는 성장은 곧 '승진'이었습니다. 대리에서 과장으로, 과장에서 팀장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곧 성장의 증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에게 승진은 더 이상 매력적인 당근이 아닙니다. 오히려 '책임만 늘어나고 실무 감각은 떨어지는 덫'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2025년, 리더가 제시해야 할 성장의 정의는 '조직 내 지위 상승'이 아니라 시장 가치(Market Value)의 상승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3년을 일하면, 업계 어디를 가도 모셔가는 인재가 될 것이다."
이보다 강력한 동기부여는 없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구성원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로 키워주겠다고 약속할 때, 그들은 오히려 그 조직에 더 오래 머무르며 몰입합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적인 의미의 '동기요인 설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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