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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행동 이야기

자기가 이기적이면서 남보고 이기적이라고 화내는 상사 (feat. 투사)

by 호기심의 항구 2026. 4. 17.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도무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빌런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리를 복장 터지게 만드는 유형이 있어요. 바로 본인이 세상에서 제일 이기적이고 얌체 같으면서, 정작 남들에게는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며 화를 내는 내로남불의 끝판왕 상사입니다. 오늘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투사라는 개념을 통해, 이들의 기막힌 심리 구조와 제가 겪었던 환장할 경험담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자기 책상에는 온갖 음식과 돈자루를 쌓아두고 거울 속에는 탐욕스러운 본성이 비치고 있는 이기적인 상사가, 정작 산더미 같은 업무를 떠안고 땀 흘리며 일하는 성실한 직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화를 내는 장면을 통해 자신의 이기적이고 부정적인 모습을 타인에게 덮어씌우는 심리학의 투사 개념을 직관적으로 표현
이 이미지는 AI 생성 이미지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1. 팀워크를 부르짖는 이기주의의 화신

1) 입만 열면 희생을 강조하는 최팀장

제가 과거 마케팅 부서에서 일할 때 모시던 최팀장님은 정말 전설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분의 주특기는 팀원들이 밤새워 기획한 프로젝트의 공로를 본인이 다 가로채서 임원진에게 보고하는 것이었어요. 정작 본인은 오후 4시만 되면 개인적인 볼일이 있다며 슬그머니 자리를 비우기 일쑤였죠. 그런데 회의 시간만 되면 항상 핏대를 세우며 "요즘 젊은 친구들은 개인주의가 너무 심해. 조직을 위한 희생정신이 없어!"라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습니다.

2) 적반하장의 현장: 자네는 왜 그렇게 이기적인가!

가장 기가 막혔던 사건은 연말 대형 프로모션 준비 때 터졌어요. 저는 3주 연속 주말 출근을 하며 파트너사들과의 협상을 홀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런데 행사 전날, 최팀장님이 갑자기 자기가 아는 업체를 끼워 넣으라며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렸어요. 이미 계약이 끝난 상황이라 규정상 절대 불가하다고 정중히 말씀드렸죠. 그러자 최팀장님은 서류철을 책상에 집어던지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김대리! 자네는 왜 그렇게 이기적이야? 팀 전체의 이익은 생각 안 하고 자기 고집만 피우는 거, 그거 아주 안 좋은 버릇이야!"

3) 분노를 넘어선 황당함

그 순간 저는 화가 나는 것을 넘어 실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지난 3주간 골프 치러 다니느라 얼굴도 못 본 사람이, 주말을 다 바친 저에게 이기적이라고 화를 내고 있었으니까요. 그날 밤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도대체 저 인간은 양심이라는 게 없는 걸까, 아니면 진짜 자기가 이타적이라고 착각하는 걸까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나서야 저는 그 기괴한 행동의 원인을 알게 되었어요.

2. 투사: 내 안의 쓰레기를 남의 마당에 버리기

1) 투사란 무엇인가

심리학에서 투사(Projection)는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 생각, 혹은 단점을 무의식적으로 타인에게 떠넘기는 방어 기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내 마음에 있는 쓰레기를 직면하기 고통스러우니 만만한 남의 마당에 몰래 던져놓고 저 집 마당은 왜 저렇게 더럽냐!라고 손가락질하는 현상이죠.

2) 최팀장의 뇌 속에서 벌어진 일

이기적인 상사도 무의식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얌체 같고 무능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가장 추악한 면인 이기심을 떼어내어 눈앞에 있는 만만한 부하 직원에게 덮어씌웁니다. 내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네가 이기적인 거야라고 굳게 믿음으로써 자신의 알량한 자아를 보호하는 무서운 정신 승리법입니다.

3. 내로남불 상사에게서 내 멘탈을 지키는 법

1) 멘탈 방어술: 저건 자기소개서다

이런 상사에게 "네가 더 이기적이잖아!"라고 화를 내거나 억울해할 필요가 없어요. 상사가 당신을 향해 너는 이기적이야, 너는 무책임해라고 소리칠 때, 겉으로는 "네 알겠습니다" 하고 넘기되 속으로는 이렇게 해석하십시오. '아, 저 인간이 지금 아주 열렬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있구나.' 당신의 단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거울을 보고 혼잣말을 하는 것뿐입니다.

2) 대응 전략: 감정은 빼고 건조한 팩트만

투사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감정적인 자극에 매우 취약합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감정적으로 부딪히면 상사는 더욱 방어벽을 치고 공격해 올 것입니다. 이럴 때는 철저하게 건조한 로봇으로 빙의해야 해요. 팀장님 말씀대로 조직의 이익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현재 A안으로 진행했을 때의 기대 수익과 리스크를 문서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 감정을 쏙 뺀 팩트와 근거로만 대응하세요. 투사라는 마법은 객관적인 팩트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합니다.

3) 결론: 거울을 보지 못하는 자의 비극

자신의 허물을 남에게 뒤집어씌우며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국 누구와도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고립됩니다. 내로남불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그들은 평생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지 못한 채, 남을 원망하며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우리는 그저 그들의 기괴한 심리극에 휘말리지 않고, 우리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고 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