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룸(Victor H. Vroom)의 기대이론은 인간의 동기부여 과정을 ‘노력–성과–보상’의 인과 구조로 설명하며, 합리적 행동 모형의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조직에서는 성과가 항상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보상이 반드시 만족을 보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Lyman W. Porter(라이먼 포터)와 Edward E. Lawler(에드워드 롤러)는 1968년 저서 『Managerial Attitudes and Performance(관리자의 태도와 성과)』에서 브룸의 이론을 보완한 수정기대이론(Porter & Lawler Expectancy Model)을 제시했습니다. 이 이론은 단순히 기대–보상의 선형 관계를 넘어, 성과가 보상과 만족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노력을 강화하는 순환적 구조를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동기 과정을 보다 현실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수정기대이론의 등장 배경과 주요 개념, 그리고 시사점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등장 배경과 기본 개념
브룸의 기대이론은 논리적으로 완결된 구조였지만, 실제 연구에서는 예측력에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노력과 성과, 보상의 관계가 단순한 직선 구조로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포터와 롤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노력 → 성과 → 보상 → 만족 → 노력 강화라는 순환적 과정모형을 제시했습니다. 수정기대이론의 핵심은 “노력의 결과가 만족으로 이어지며, 그 만족이 다시 미래의 노력을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즉, 인간은 단순히 보상을 기대하기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에서 보상이 공정하게 주어졌다고 인식할 때 더 강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입니다.
이 모델에서 노력(Effort)은 기대이론의 첫 단계로, 개인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 신념(기대)과 보상에 대한 가치(유의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다음 단계인 성과(Performance)는 개인의 능력과 역할 인식(Role perception)에 의해 좌우됩니다. 이는 단순히 노력만으로 성과가 결정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세 번째 요소인 보상(Reward)은 성과에 따른 결과로,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인정, 성장 기회, 성취감 등 내적 보상도 포함됩니다. 마지막으로 만족(Satisfaction)은 보상이 개인의 기대와 일치할 때 형성되며, 그 만족도가 다음 행동의 동기 수준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제조기업 도요타(Toyota Motor Corporation)는 성과 평가 후 개인별 성장 피드백과 경력 코칭을 제공하여 단순한 보상 이상의 ‘심리적 만족’을 강화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구성원의 자기 효능감과 기대 수준을 높여 장기적 동기유발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포터와 롤러의 수정기대이론은 동기부여 과정을 폐쇄적 선형이 아닌, 성과–만족–노력의 순환 루프로 설명하며 실무적 현실성을 강화했습니다.
2. 주요 구성요소(노력, 성과, 보상, 만족의 관계)
포터와 롤러는 기대이론의 3 요인(기대, 수단성, 유의성)에 역할인식(Role Perception)과 피드백에 의한 만족(Satisfaction)을 추가하여 동기과정을 확장했습니다. 첫째, 노력(Effort)은 개인이 가진 욕구와 보상에 대한 기대에 따라 결정됩니다. 여기서 ‘기대’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념이고, ‘유의성’은 보상이 가지는 가치입니다. 구성원이 “열심히 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수록 노력은 커집니다. 둘째, 성과(Performance)는 단순히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개인의 기술 수준(Ability)과 역할 인식(Role perception)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에서 동일한 시간 동안 일하더라도 역할 명확성이 높은 직원이 더 높은 성과를 내는 이유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의 기준과 방향을 명확히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보상(Reward)은 성과에 대한 결과로, 외재적 보상(급여, 승진, 인센티브)과 내재적 보상(성취감, 인정, 자기 성장)으로 구분됩니다. 포터와 롤러는 “보상은 반드시 만족을 유발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동일한 금전적 보상이라도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되면 만족은 낮아지고, 이는 다음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넷째, 만족(Satisfaction)은 보상이 개인의 기대와 공정성 판단에 부합할 때 형성됩니다. 만족은 이후의 노력 수준을 조절하며, 장기적 동기 루프를 형성합니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디자인 기업 뱅앤올룹슨(Bang & Olufsen)은 성과평가 이후 성취에 대한 내적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창의적 자율 프로젝트’를 운영합니다. 구성원이 자신의 성과를 자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보상의 질적 만족도를 높이고 다시 새로운 노력을 자극합니다.
결국 수정기대이론은 “노력–성과–보상–만족”의 선형 구조가 아니라, “노력-성과–보상–만족–노력”의 순환 구조를 통해 지속 가능한 동기부여 체계를 설명한 모델입니다.
3. 시사점 및 한계
포터와 롤러의 수정기대이론은 단순한 인과모형을 넘어서 인간 행동의 피드백적 성격을 강조한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 이론이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 개선입니다. 이 이론은 동기부여의 핵심이 보상 그 자체보다 ‘성과–보상–만족의 일관성’에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조직은 공정한 성과평가와 명확한 피드백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둘째, 직무 설계와 학습체계의 연계 강화입니다. 노력과 성과의 연결이 개인의 능력과 역할 인식에 의해 좌우되므로, 직무 명확성과 역량 개발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수적입니다. 실제로 독일의 보쉬(Bosch)는 직무명세서와 피드백 시스템을 통합하여 구성원이 자신의 성과와 보상의 연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셋째, 조직 신뢰 구축의 중요성 제시입니다. 구성원이 보상을 신뢰하지 못하면 만족이 형성되지 않으며, 이는 동기 루프를 약화시킵니다. 따라서 투명한 의사소통과 공정한 보상제도가 핵심 동기 요인으로 강조됩니다.
하지만 몇 가지 한계도 존재합니다. 첫째, 실무 적용의 복잡성입니다. 이 이론은 변수 간 상호작용이 복잡해 실제 인사평가나 보상설계에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관리자가 모든 요인을 동시에 고려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있습니다. 둘째, 보상 지각의 불일치 문제입니다. 동일한 보상이라도 구성원마다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에, ‘성과와 보상 간의 공정성’ 판단이 일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셋째, 장기적 피로 효과입니다. 보상과 만족의 순환 구조는 초기에는 동기부여를 강화하지만, 지속적으로 외재적 피드백에 의존할 경우 구성원이 피로감이나 보상 기대 의존을 느끼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론
포터와 롤러의 수정기대이론은 브룸의 기대이론을 확장하여 인간의 동기 과정을 보다 현실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노력과 성과, 보상과 만족은 단절된 선이 아니라 서로 순환하며 강화되는 관계입니다. 구성원이 공정한 성과 피드백을 받고, 그 결과에 만족할 때, 다음 단계의 노력이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수정기대이론은 현대 인적자원관리의 핵심 이론으로, 성과주의 인사제도와 내재적 동기 강화를 조화시키는 통합적 접근의 기반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