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직행동 이야기

[팩트체크] 연봉만 올리면 에이스가 남을까요? 퇴사율을 결정하는 진짜 요인

by 호기심의 항구 2026. 5. 15.

인사철만 되면 모든 팀장님의 고민은 하나로 귀결되죠.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의 에이스를 붙잡을 수 있을까? 흔히들 연봉만 화끈하게 올려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연봉 협상을 기분 좋게 마치고도 한 달 뒤에 조용히 사직서를 내미는 에이스들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어요.
오늘은 돈만으로 사람을 붙잡을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심리학적 근거와 저의 경험담, 그리고 리더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통해 팩트체크 해보려 합니다.

퇴사로 인해 사원증을 팀장에게 반납하는 에이스 직원과 놀란 팀장의 모습
이 이미지는 AI 생성 이미지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1. 김 팀장의 실패 사례: 연봉 20퍼센트를 올려주고도 놓친 박 대리

몇 년 전, 제 팀에는 정말 보석 같은 박 대리가 있었습니다. 업무 센스는 말할 것도 없고, 팀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핵심 인재였죠. 박 대리의 이직 기운을 감지한 저는 회사와 치열하게 싸워 그에게 업계 최고 수준인 20퍼센트 연봉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따냈습니다.
박 대리도 당시엔 환하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했어요. 저는 이제 박 대리가 최소 2년은 더 우리 팀을 지켜줄 것이라 확신하며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제 착각이었습니다. 불과 석 달 뒤, 박 대리는 다른 회사로 이직하겠다며 사직서를 들고 왔습니다. 놀랍게도 그가 옮겨가는 회사의 연봉은 우리 회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2. 팩트체크: 돈은 불만을 없애줄 뿐, 만족을 주지는 못한다 (동기 위생 이론)

이 미스터리한 현상을 설명해 주는 명확한 심리학 이론이 있어요. 바로 프레데릭 허즈버그의 동기 위생 이론(Two-Factor Theory)입니다. 허즈버그는 직무에 대한 만족과 불만은 서로 독립된 별개의 차원이라고 주장합니다.

1) 위생 요인: 없으면 화나지만, 있어도 열정은 안 생긴다

연봉, 복리후생, 근무 환경, 회사 정책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마치 우리 삶의 위생 상태처럼, 이것이 엉망이면 병(불만)이 생기지만, 깨끗하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힘이 솟구치지는 않습니다. 즉, 연봉 인상은 나쁜 기분을 지워주는 소화제일 뿐, 더 열심히 뛰게 만드는 보약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2) 동기 요인: 에이스를 춤추게 만드는 진짜 에너지

성취감, 인정, 직무 자체의 즐거움, 책임감, 그리고 개인의 성장이 여기에 속합니다. 에이스들은 단순히 생계를 위해 일하는 단계를 넘어, 이 동기 요인이 충족될 때 비로소 조직에 남아야 할 이유를 찾거든요.

3. 왜 에이스들은 돈보다 성장을 선택하는가

연봉 인상은 퇴사를 일시적으로 유예시킬 수는 있지만 마음을 돌리지는 못합니다. 특히 에이스일수록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사직서를 던집니다.

1) 부품이 된 것 같은 기분

박 대리가 회사를 떠나며 제게 남긴 마지막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팀장님, 여기서 제가 더 배울 게 있을까요? 이제는 정해진 프로세스대로 버튼만 누르는 기계가 된 것 같습니다." 에이스에게 도전적인 과업과 성취감이 사라지는 순간, 그들에게 회사는 고액 알바를 하는 장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돼요.

2) 성과에 대한 정당한 인정의 결여

돈이 유일한 인정의 수단이 될 때 비극이 시작됩니다. 에이스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동료와 리더에게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결과물에 대한 따뜻한 피드백이나 공개적인 격려 대신 연봉 계약서 숫자만 내밀 때, 그들은 자신이 인격체가 아닌 비용으로 취급받는다고 느껴요.

3) 리더와의 관계 및 조직 문화

위생 요인 중 하나인 대인관계도 결정적입니다. 아무리 연봉을 많이 줘도, 매일 아침 짜증 섞인 표정으로 출근하는 상사와 소통이 단절된 팀 분위기 속에 있다면 에이스의 레이더는 이미 이직 시장을 향하게 됩니다.

4. 리더를 위한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우리 팀 에이스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그렇다면 지금 우리 팀의 에이스는 돈이라는 위생 요인에 겨우 만족하며 머물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일이라는 동기 요인에 가슴 뛰며 몰입하고 있는 걸까요? 박 대리를 떠나보내고 나서, 제가 매달 한 번씩 제 자신을 매섭게 돌아보기 위해 만든 5가지 체크리스트를 공유합니다. 팀장님의 현 상황에 몇 개나 해당되는지 마음속으로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 최근 3개월 동안 에이스 팀원과 면담할 때, 당장의 업무 진행 상황이나 처우 외에 그 직원의 3년 뒤 커리어 비전에 대해 깊이 대화한 적이 없다.
  • 에이스 직원이 기획한 문서나 업무 방식에 대해, 팀장인 내가 세세하게 참견하고 수정하는(마이크로매니징)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 최근 반년 사이, 에이스 직원에게 새롭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보다는 기존에 하던 익숙한 업무나 남들이 기피하는 궂은일만 반복해서 맡기고 있다.
  • 에이스 직원이 좋은 성과를 냈을 때, 고생했어라는 의례적인 인사 외에 구체적으로 어떤 전문성과 능력이 빛났는지 대중 앞에서 콕 집어 칭찬한 기억이 없다.
  • 에이스 직원이 요즘 들어 회의 시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반대의견을 내기보다는, 지시받은 일만 조용히 쳐내고 칼퇴근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결과 분석]
만약 위 항목 중 3개 이상에 해당하신다면, 아무리 연봉을 많이 주고 워라밸을 보장해 주고 있다 하더라도 매우 붉은 신호등이 켜진 상태입니다. 에이스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성장에 대한 갈증과 동기 요인이 심각하게 메말라가고 있으며, 조만간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게 될 확률이 아주 높아요! 박 대리가 제게 남겼던 "팀장님, 여기서 제가 더 배울 게 있을까요? 부속품이 된 것 같습니다"라는 뼈아픈 말이 곧 팀장님을 향할 수 있습니다.

5. 김 팀장이 제안하는 에이스를 붙잡는 리더십 액션 플랜

돈으로 사람을 사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결국 실패로 돌아갑니다. 리더로서 우리가 진짜 집중해야 할 영역은 따로 있습니다.

  • 업무의 의미 부여입니다. 이 일이 조직과 개인의 커리어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끊임없이 연결해 주어야 해요.
  • 권한 위임과 책임 부여입니다. 에이스가 스스로 주도하여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넓은 운동장을 만들어 주십시오.
  • 성장을 돕는 피드백이에요. 단순한 칭찬을 넘어, 당신의 어떤 역량이 우리 팀에 기여했는지 명확히 짚어주고 다음 성장의 방향을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에이스를 붙잡는 궁극적인 무기는 연봉 계약서의 숫자가 아니라, 그가 이 조직에서 얼마나 더 멋지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리더의 확신과 서포트입니다.

🔍 함께 보면 좋은 글: [팩트체크]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기는 꼼꼼한 리더가 에이스 직원을 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