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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속 절수 지혜(옛날의 절수 풍경, 절수 노하우, 욕실과 주방)

by curiousways 2025. 8. 12.

절수 관련 사진

 

물은 늘 곁에 있지만 결코 무한하지 않습니다. 수도꼭지를 비틀면 물은 언제든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물을 흘려보내는지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수돗물이 없던 시절엔 한 바가지, 한 대야의 물로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 가족이 손을 씻고, 그릇을 닦고, 마당을 청소했습니다. 이 글은 그런 전통 속 절수 지혜를 오늘의 주방과 욕실로 가져오는 실천 가이드입니다. 손 씻기와 설거지처럼 ‘매일 여러 번’ 반복되는 행동에 작은 변화만 주어도, 한 달 뒤 수도요금과 생활 탄소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위생과 편의는 유지하는 균형, 그 해법을 차근차근 풀어봅니다.

옛날의 절수 풍경

아침이면 집안의 첫 일정은 물 길어오기였습니다. 우물에서 떠온 물은 대야에 나누어 담기고, 손 씻기와 세수, 양치, 간단한 세정에 차례차례 재사용되었습니다. 손을 씻을 땐 먼저 손끝만 적셔 비누칠을 넉넉히 한 뒤, 마지막에 깨끗한 물로 짧게 헹구는 ‘이중 헹굼’이 기본이었습니다. 설거지는 더 체계적이었습니다. 기름기 거의 없는 그릇을 먼저 씻어 같은 물을 오래 썼고, 기름기가 많은 접시나 프라이팬은 맨 마지막에 다뤘습니다. 쌀뜨물이나 잿물을 세제처럼 활용해 기름때를 분해하고, 마지막엔 맑은 물로 마무리했습니다. 물그릇 하나가 여러 용도를 ‘순환’한 뒤에야 마당 청소나 화분 물 주기로 삶을 마쳤습니다. 이런 순환형 사용법은 물을 귀하게 다루던 시절의 자연스러운 시스템이었고, 그 덕에 습하고 더운 여름에도 위생을 유지하면서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핵심은 늘 같았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쓰고, 오염도가 낮은 물부터 높은 용도로 단계적으로 돌려 쓰는 것. 이 간단한 원칙이 하루의 리듬과 함께 몸에 밴 습관이었습니다.

절수 노하우

전통 절수의 뼈대는 다섯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물은 ‘틀어 쓰는’ 것이 아니라 ‘받아 쓰는’ 자원이라는 인식으로 대야에 받아두면 사용량이 눈에 보여 자연히 아끼게 됩니다. 둘째, 세척에는 ‘순서’가 있어 덜 더러운 것부터 씻어 같은 물의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셋째, 쌀뜨물·잿물 같은 부엌 부산물을 세정 보조로 써 전분과 알칼리의 기름 분해 효과를 활용해 세제를 줄입니다. 넷째, 이중 헹굼으로 적시기→비누칠→짧은 헹굼을 지켜 흐르는 물 시간을 최소화합니다. 다섯째, 재사용 습관으로 채소 씻은 물이나 첫 헹굼수를 바닥 닦기·베란다 청소·화분 물 주기에 한 번 더 씁니다. 다만 현대 위생 기준에 맞춰 먹는 식물에는 세제가 섞이지 않은 물만 주고, 식중독 위험이 있는 식품 세척수는 재사용하지 않는 등 선별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받아 쓰기–순서–보조 세정–짧은 헹굼–재사용’이라는 연쇄 원리는 지금도 그대로 통하는 강력한 절수 프레임입니다.

욕실과 주방

이제 이 원리를 욕실과 주방으로 옮겨봅니다. 손 씻기는 WHO가 권장하는 20초 비누 거품 단계 동안 수도를 잠그는 것만으로도 1회 3~5리터의 물을 아낄 수 있으며 ‘적시기→잠그기→거품·손등·손가락 사이·손톱→짧은 헹굼’의 루틴을 가족 규칙으로 정하면 좋습니다. 센서 수도꼭지나 절수 에어레이터(기포 혼입형 노즐)를 달면 체감 수압은 유지하면서 사용량을 약 30% 줄일 수 있고, 아이를 위해 세면대 옆에 모래시계 타이머와 ‘물 끄기’ 스티커를 붙여 게임처럼 습관을 만들면 효과가 오래갑니다.

주방은 ‘준비→세정→헹굼’의 배치가 승부처로, 먼저 큰 찌꺼기를 긁어 버리고 기름기는 키친타월로 가볍게 닦아낸 뒤 싱크볼이나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 소량 세제로 전체를 문지르고, 깨끗한 물을 받아 한 번에 헹굽니다. 이때 컵·그릇→접시→냄비·팬 순으로 이동하면 물 교체가 줄어듭니다. 식기세척기는 ‘에코·절수 모드’와 가득 찼을 때만 가동하는 원칙을 지키고, 헹굼 보조제를 활용해 건조 효율을 높이면 전기도 절약됩니다. 재사용 측면에선 과일·채소를 맨 물로 씻은 물은 베란다 바닥 청소나 비식용 화분 물 주기에, 쌀뜨물은 기름기 적은 설거지 프리워시에 쓰되 세제가 섞인 물은 하수로 바로 보내고 세제 사용량 자체를 줄여 환경 부담을 낮춥니다. 마지막으로 세면대·싱크대에 ‘사용 후 10초 룰’ 문구를 붙여 시각적 리마인더로 삼고, 절수 노즐·샤워 타이머·저유량 스프레이 건 같은 간단한 하드웨어를 더하면 행동 변화가 훨씬 쉬워집니다.

 

물 절약은 거창한 캠페인이 아니라 루틴입니다. 오늘부터 3일 ‘미니 챌린지’를 제안합니다. 1일 차에는 손 씻기에서 비누칠 동안 물 잠그기를 철저히 지키고 가족과 타이머를 공유하세요. 2일 차에는 설거지를 두 구간(세정수·헹굼수)으로 분리하고 기름기는 닦아낸 뒤 시작해 사용량을 기록해 봅니다. 3일 차에는 절수 노즐을 설치하거나 최소한 에코 모드를 점검하고 싱크볼 대야를 상시 배치합니다. 단 3일이면 손과 그릇이 더 깨끗해지면서 물 소비는 줄어드는 ‘감각’이 생깁니다. 그 감각이 일주일, 한 달로 이어지면 수도요금 고지서와 주방·욕실의 사용 리듬이 달라집니다. 조상들의 물 사용 철학을 오늘의 방식으로 되살려보세요. 작은 실천이 지구와 일상 모두를 가볍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