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연구는 오랫동안 조직 성과와 집단행동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일부 학자들은 리더십의 영향력이 과연 그렇게 절대적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커와 저마이어(J. Kerr & J. M. Jermier, 1978)는 『Substitutes for Leadership: Their Meaning and Measurement(리더십 대체요인의 의미와 측정)』에서 리더십을 대체하거나 약화시키는 요인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리더십 대체이론을 제안했습니다. 한편 칼더(B. Calder, 1977)의 『An Attribution Theory of Leadership(리더십의 귀인이론)』과 마인들·얼리히·두커리치(Meindl, Ehrlich & Dukerich, 1985)의 『The Romance of Leadership(리더십의 낭만화)』는 리더십이 실제 행동만이 아니라 구성원의 인식과 해석에 의해 구성되는 사회적 현상임을 강조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도전적 리더십 이론을 소개하고, 이어 리더십을 대체하거나 중화시키는 요인들을 구체적으로 살핀 후, 이러한 시각이 지니는 한계와 시사점을 함께 논의합니다.
1. 리더십 대체이론과 리더십 귀인이론
리더십 대체이론은 커와 저마이어(J. Kerr & J. M. Jermier, 1978)가 제시한 관점으로, 모든 상황에서 리더가 필수적이라는 전통적 관점을 재검토합니다. 이들은 특정 맥락에서는 리더의 지시와 통제가 없어도 과업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으며, 심지어 리더의 개입이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 집단이나 표준운영절차가 정교한 현장에서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협업 규범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리더의 가시적 영향력이 작아질 수 있습니다. 외과 수술 팀, 장거리 항공기 운항 크루, 반도체 공정 라인 등은 상호 의존적 전문성과 규범이 리더 개입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전형적 사례로 언급됩니다.
리더십 귀인이론은 리더십을 ‘해석의 산물’로 봅니다. 칼더(B. Calder, 1977)는 구성원이 관찰한 성과를 바탕으로 리더의 능력과 영향력을 추론하는 과정을 설명했으며, 마인들·얼리히·두커리치(Meindl, Ehrlich & Dukerich, 1985)는 성과의 원인을 과도하게 리더에게 돌리는 인지적 편향을 ‘리더십의 낭만화’로 지적했습니다. 시장 호황기 성과를 CEO 비전의 결과로, 경기 침체기의 부진을 리더 무능으로 단순 기인하는 언론·구성원의 해석은 이러한 편향을 잘 보여줍니다. 이 관점은 리더십을 절대적 실체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 담론 속에서 구성되는 현상으로 이해하게 만듭니다.
두 이론은 공통적으로 리더십의 효과가 상황과 인식에 의해 조절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리더 개인의 특성만으로 조직 성과를 설명하려는 시도를 경계합니다. 이는 후속 연구에서 과업·조직·환경·구성원 변수를 포괄하는 다변량적 접근으로 확장되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2. 리더십 대체이론에서 대체요인과 중화요인
리더십 대체이론은 리더의 영향력을 줄이는 메커니즘을 대체요인과 중화요인으로 구분해 설명합니다. 대체요인은 리더의 역할 자체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조건을, 중화요인은 리더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도 그 효과를 약하게 만드는 조건을 의미합니다.
대체요인은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첫째, 구성원의 특성입니다. 높은 전문성, 풍부한 경험, 강한 내적 동기를 가진 구성원은 세부 지시 없이도 자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합니다. 박사급 연구자들로 구성된 R&D 팀이 자기 주도적 실험 설계와 동료 피드백만으로 성과를 내는 사례가 해당합니다. 둘째, 과업 특성입니다. 절차가 표준화되고 피드백이 빠른 과업은 리더의 통제 없이도 안정적 품질이 유지됩니다. 반도체 클린룸 공정이나 제약 GMP 라인처럼 작업 매뉴얼과 자동화 설비가 결합된 환경이 전형적입니다. 셋째, 조직 특성입니다. 강한 규범과 공유가치가 뿌리내린 조직에서는 문화가 ‘보이지 않는 리더’처럼 작동합니다. 장인 길드 전통을 가진 제조기업이나 ‘안전 최우선’ 문화를 제도화한 중공업 현장이 그 예입니다.
중화요인은 리더의 의도와 무관하게 효과를 희석합니다. 첫째, 지리적·시간적 거리입니다. 분산된 글로벌 팀이나 교대제 운영에서는 즉각적 상호작용이 제한되어 리더 영향력이 약화됩니다. 둘째, 조직 정책·제도입니다. 세밀한 규정과 경직된 보상체계는 현장 재량을 줄여 리더의 판단이 개입할 공간을 축소합니다. 공공부문 조달·입찰 규정은 대표적 사례입니다. 셋째, 외부 환경 충격입니다. 급격한 기술 파괴나 규제 변화, 팬데믹 같은 요인은 리더의 행위보다 성과 변동에 더 큰 영향을 미쳐 리더십 효과를 중화합니다.
요컨대 대체요인은 스스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강화해 리더의 필요성을 낮추고, 중화요인은 리더의 의사결정 파급력을 제약해 체감 효과를 감소시키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실제 조직에서는 두 메커니즘이 중첩되어 나타나므로, 리더는 어디서 개입하고 어디서 물러설지에 대한 경계 설정이 중요합니다.
3. 리더십 대체이론의 한계와 시사점
리더십 대체이론은 통찰을 제공하지만 몇 가지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첫째, 측정 가능성의 한계입니다. ‘전문성’이나 ‘표준화’가 어느 임계치를 넘으면 대체로 간주할지 기준이 모호해 연구 간 비교와 일반화가 어렵습니다. 둘째, 맥락 간 차이 무시입니다. 이 이론은 주로 민간 기업 맥락에서 발전했고, 군·소방·의료 재난 대응처럼 고위험·강계층 분야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구성원 심리의 간과입니다. 과업 수행이 가능하더라도 구성원은 여전히 인정·격려·정체성 부여 같은 상징적 리더십을 기대하며, 대체·중화 요인만으로는 이러한 심리적 욕구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시사점이 존재합니다. 첫째, 리더십 설계는 개인 특성뿐 아니라 과업·조직·환경 변수를 함께 고려하는 ‘맥락 기반 아키텍처’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자율적 팀과 표준 운영체계는 리더 부재를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개입 포인트를 고부가·고위험 지점으로 재배치하는 전략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셋째, 개발·평가 체계는 리더 개인 역량과 더불어 대체요인(표준·문화·기술) 구축 성과를 함께 측정해 조직 레벨의 리더십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결론
리더십에 대한 도전적 이론은 리더의 역할을 절대화하기보다 상황과 인식 속에서 상대적으로 이해하도록 시각을 확장합니다. 리더십 대체이론은 특정 조건에서 리더 영향력이 줄거나 불필요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귀인이론은 리더십이 성과 해석과 담론을 통해 구성된다는 점을 일깨웁니다. 현대 조직은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자율적 시스템과 명료한 표준을 구축하되, 리더는 의미 부여와 경계 설정, 고위험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하이브리드 역할을 수행할 때 지속가능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